환혹의 죽음과 용도 S & M (사이카와 & 모에) 시리즈 6
모리 히로시 지음, 박춘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다소 좀 이상하다 싶은 제목의 모리 히로시의 'S & M 시리즈' 6편이다.  일본어를 그대로 번역한 거라 그런 걸까...  아무튼, 마술을 소재로 삼은, 이른바 '일루젼 미스테리'란다. 

 

탈출의 마술을 수십여년 간 선보여왔던 천재 마술사 아리사토 쇼겐은, 또다시 대규모의 탈출쇼를 기획하면서 이것이 자신의 마지막 쇼임을 직감한다.  실제로 수많은 관중이 지켜보는 마술쇼 가운데 살해당한 채 발견되는 쇼겐.  더구나 장례식 장에서 그의 유해마저 사라지고 만다.  이번 작품에서도 역시 모에는 좌충우돌하며 자신의 추리를 세워나가고, 늘 그렇듯 사람 죽고사는 문제보다는 자신의 공학적 가설과 논리의 세계 속에 빠져사는 사이카와는 진작에 이 트릭을 눈치챘으나 사건 해결에는 외면한다.  이전보다 훨씬 발전된 모에의 추리능력은 이번 편에서 꽃을 피우고, 사건의 진상을 거의 파악하게 되는데...  많은 사람들 앞에서 두 번씩이나 사라진 이 사건은 '마술'이라는 일루젼과 더해져 더더욱 신비로움을 자아내지만 결국 이 두 사제 콤비에 의해 환혹의 일루젼이 걷혀지고 진상이 드러난다.

 

진실은 분명한데 거기에 환상과 현혹이 가미되어 사람들의 눈을 가린다는 점에서 마술은 추리소설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마술의 트릭 자체는 지극히 물리적, 시공적이지만, 거기에 사람들의 눈과 이성을 현혹시키는 일루젼을 덧씌움으로써 마치 마법으로 여기게끔 만든다는 점이 그렇다.  특히나, 인간의 본질이나 동기, 심리 등에 중안점을 두는 작품들이 있는가 하면, 모리 히로시의 작품들은, 지극히 '이공계'적인 작가에 의해 창조된 '이공계'적 사고를 하는 탐정들이 '이공계'적인 트릭을 간파하며 사건을 해결하는 '이공계'적인 추리소설이 그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거기에 사이카와를 통해 '이공계'적 시각으로 세계를 바라보며 던지는 작가의 메세지가 있다는 점도 알겠는데, 지극히 '문과적' 사람인 나는 그걸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선가 나로선 차라리 인간의 본질이나 동기, 심리 등을 강조한 작품들이 훨씬 더 재미있게 다가오고, 모리 히로시의 작품들은 그저 너무 물리적이고 구조적인 트릭 파헤치기로만 느껴져서 내 취향은 좀 아니란 결론을 내렸다.  물론 서로의 패러다임이 좀 달라서 내가 그의 세계를 잘 몰라서 그런 것이긴 하겠지만...  사실 사건 전반에 걸친 트릭은 나중에 설명을 듣고서야 알 수 있었고, 그것도 사실 건성으로 읽기도 했지만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했다.  그렇지만 범인만은 처음부터 의심했던대로였고, 그 부분은 물리적 트릭으로 이해될 게 아니라 뭔가 좀 더 인간의 심리나 본질 등에 기인해서 가능한 추리였다.

 

여하튼 모리 히로시의 작품들이 독특한 작풍과 분위기로 추리소설계의 한 부분을 분명히 차지하고 있는 점만은 분명하다.  또 이쪽 분야 사람들에게는 그의 과학적 세계관과 논리, 추리 등이 더욱 와닿는 면도 있을테고 말이다. 

 

p.s. 초반에 사라진, 모에의 친구 '도모에'의 행방은 어떻게 된 거야...? 하고 의아해 했는데 (끝내 작품의 결말에 이르기까지 언급되질 않았으니), 알고 보니, 바로 다음 작품인 시리즈 7편, "여름의 레플리카"편에서 이 사건이 펼쳐진다고 한다.  이걸 또 읽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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