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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로의 인형
장용민 지음 / 엘릭시르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궁극의 아이"의 작가 장용민의 최신작. 역사를 좋아한다는 작가답게, 불로초를 찾아 헤매는 인간의 궁극적 욕망과 집념을, 2천년의 시간에 걸쳐, 그리고 한중일 3국이라는 넓은 공간에 풀어놓은 이야기이다.
도입부는, 한나라 대제가 되기 전 유방이 항우에게 일시적 항복을 고하는 장면으로부터 시작한다. 항우의 손에 목이 날아갈 위기에 처한 유방이 책사의 도움을 받아 목숨을 구하고자 기이한 인형을 선물하는 내용의 도입부는 몰입도가 굉장하다. 오히려 이후의 현대 시점에서의 사건 전개보다, 과거 삼국지를 다루는 부분의 서술이 개인적으로는 훨씬 더 매력적이었다. 작가가 이런 류의 역사소설을 써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시황제의 명을 받들어 불로초를 찾아 길은 떠난 서복. 그의 무리에는 창애라는 꼽추 천채화가도 있다. 불로의 비밀을 알게 된 창애는 자신이 직접 만든 해괴한 6개의 인형 속에 숨기고, 제자들을 통해 한중일 3국으로 흩어진 인형들은 인형극 장인들의 회합 시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백년 전 이 회합에서 벌어진 비참하고 끔찍한 사건 이후에 모임은 중단되고 인형의 행방도 알 수 없는 채 현재에 이르렀는데, 어느날 갑자기 인형이 세간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며, 3국의 관계자들은 의문의 발신자로부터 회합의 초대장을 받게 된다.
한편 한국 최고의 꼭두쇠 정영후의 아들로, 굴지의 화랑에서 근무하는 일류 큐레이터 가온은 자신과 어머니를 버린 아버지의 부고를 듣고 장지로 향한다. 거기서 아버지의 죽음이 사고가 아닌 살인임을 알게 되고, 아버지가 남긴 족적을 찾아 가다가 인형과 초대장, 그리고 배다른 동생이라는 설아의 존재를 알게 된다. 이후 인형을 빼앗으려는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가온을 추격하고, 그들을 피해 일본으로 그리고 중국으로 다니며 인형의 비밀을 파헤치게 되는 가온의 여정은 국제적인 첩보전을 연상케 할 만큼 스펙타클하다. 거기에 오랜 과거로부터 내려오는 인형의 비밀이라는 전설까지 더해져 시공을 초월한 활약과 모험담이 펼쳐진다. 후반으로 갈 수록 약간씩 긴장감과 몰입도가 떨어지는 면이 없지는 않으나, 충격적이라는 결말이 난 오히려 맥빠지기는 했으나, 전반적으로 작가의 시나리오적 소설의 역량을 느낄 수 있는, 재미있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