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게 되어 영광입니다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31
미나가와 히로코 지음, 김선영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해부학에 대한 지식과 인식이 충분치 못한 시절, 18세기 런던에서, 누구보다도 해부학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던 외과의 대니얼 버턴은 모자란 시신을 구하기 위해 도굴꾼들에게 돈을 주고 시신을 사서 해부실습을 하는 처지다.  여기에 그의 제자들, 수제자 에드워드와 약하지만 천재적인 세밀화가 나이절, 앨, 벤, 클래런스 이 다섯 제자가 함께 한다.  우연히 대니얼의 손에 들어온 귀족 영애의 시신,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시체 두 구도 함께 그의 연구실에서 발견되는데, 사지가 잘린 소년의 시신과 얼굴이 짓뭉개진 중년 남자의 시신이 그것이다. 

 

불법적인 시신 확보에 대한 밀고장을 접수한 맹인 치안판사 존 필딩과 그의 조카이자 그의 눈이 되어 주고 있는 강단있는 앤과 조수 애벗은 귀족 영애의 시신을 회수하러 나섰다 정체 모를 두 구의 시신의 존재를 알게 되고, 이 사건을 풀기 위해 나선다. 

 

이윽고 곧 사지가 잘린 소년의 정체가, 시인이 되고자 시골에서 런던으로 올라온 네이선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생전에 그와 친분이 있었던 에드워드와 나이젤은 용의선상에 오른다.  왜 소년의 사지는 잘렸으며 어떻게 대니얼의 연구실에 그 시신이 숨겨져 있었는지, 도대체 누가 이런 범행을 저지른 건지 오리무중의 상태에서, 눈은 안 보이지만 발달된 청각과 촉각, 그리고 예리한 판단력을 가진 필딩 판사는 조카딸의 도움을 받아 사건을 추리해내고, 뭔가를 숨기는 듯한 에드워드와 나이젤과의 밀고 당기는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된다.  사건은 계속해서 반전을 이루고, 마침내 놀라운 결말이 벌어지고 이 대소동을 마감시킨다.

 

18세기 런던을 무대로 한 추리소설을 일본의 작가가 썼다는 점이, 더군다나 그 당시 시대상과 근대 유럽의 분위기를 사실적으로 묘사했다는 사실이 아주 특이한 작품이다.  작가의 이력을 보니, 미스터리 뿐만 아니라 역사소설의 장르에서도 활약을 했다는, 일본 미스터리계의 대모란다.  뭣보다 이 작품을 나이 80세에 출간했다는 것이 정말 대단하다.  역사미스터리의 좋은 작품 하나를 만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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