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 죽은 남자 (니시자와 야스히코) - SF와 추리소설의 유쾌한 만남

일곱 번 죽은 남자 ㅣ 스토리콜렉터 18
니시자와 야스히코 지음, 이하윤 옮김 / 북로드 / 2013년 10월

'타임 루프'라는 SF적 설정을 바탕으로 한 특이하며 유쾌한 추리소설이다.  각 장을 나누는 제목부터가 유쾌하고 재미있다. 

특정 하루를 9번이나 반복하는 체질을 지녔다는 주인공 소년.  할아버지의 거액의 유산을 둘러싸고 저택에 모인 일가 친적들은 특이한 할아버지의 복장 요구를 따르며 설날을 보낸다.  가업과 재산을 이어받을 후계자가 누가 될 지는 전적으로 할아버지의 선택, 그 선택을 받고자 저마다 애쓰는 가운데, 후계자 선정은 베일에 싸이고 하룻밤이 지나 할아버지댁을 떠나온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 다시 할아버지댁에서 깨어난 주인공은, 그 특정하루가 반복되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오리지널주와는 달리 2주차 오늘에서는 할아버지가 둔기에 머리를 맞고 살해되는 경악스러운 일이 벌어지고, 이를 되돌리고자 주인공은 고군분투하나 사건은 계속된다.  범인은 계속 바뀌고 동기를 알 수 없는 채, 과거를 돌려놓고자 애쓰는 주인공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연속적으로 할아버지는 살해된 채 발견되는데... 

결국 할아버지를 살리려는 주인공의 노력은 어떤 결말을 맺게 될 지, 사건의 진실은 뭔지 궁금증을 유발하는 가운데, 술술 읽히는 작품이다.  살인사건이라는 소재를 다루면서도, 끔찍하거나 무섭다기 보다는, 각 등장인물의 성격과 심리를 우습고 재미있게 묘사한 덕택에 그리 심각하지 않고 유쾌하기까지 한 분위기를 자아내다.  거기에는 과거를 재구성하여 사건을 되돌릴 수 있다는 장치 덕이 크게 자리한 탓이리라.

결말에 이르러, 아, 이렇게 꼬았구나, 독자를 속이는 장치가 조금 억울한데,하는 생각도 들긴 했지만, 모처럼 특이하고 재미난 추리소설을 읽었다는 점에서 유쾌한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