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일드 44 뫼비우스 서재
톰 롭 스미스 지음, 박산호 옮김 / 노블마인 / 201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스탈린 체제 하의 러시아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라, 낯설면서도 신선했다.  다만 묘사된 당시 참혹하고 공포스러운 시대상, 사회상이 불편한 느낌도 들면서, 언제 어디서건 전체주의, 전제주의적 파시즘의 잔혹함은 부인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는, 참혹한 우크라이나 대기근 혹은 대학살의 시대에 한 소년이 사고를 당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후 세월이 흘러 전도유망한 국가안보부 요원 레오는 부하직원의 아들이 살해를 당한 사건을 사고사로 처리하라는 상부를 지시를 받아 이를 해결하고, 바로 반역자로 몰린 한 수의사를 체포하는 공로를 세운다.  범죄란 있을 수 없는 유토피아적 공산국가의 모습을 연출하고자 하는 국가권력에 의해 있어서는 안되는 범죄를 감추고, 조금이라도 의심가는 행위는 반역으로 몰아 처단하는 공포의 사회 속에서, 레오는 국가권력의 명령에 충실한 요원이다.  그런 그가 체포된 수의사를 고문하는 과정에서 이 모든 것에 대한 회의를 느끼게 되며, 이를 눈치챈 상부에 의해 음모에 휘말린다.  결국 아내와 함께 시골의 민병대로 좌천된 그는, 부하직원의 아들과 같은 모습으로 살해된 아이들의 사건을 접하게 되면서, 이를 파헤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이는 절대적인 국가기관에 반하는 행위로, 목숨을 담보로 한 진실게임이 되고 만다.  숱한 고초를 겪으면서 행한 조사를 통해 누군가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연쇄살인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그는 이를 추적하며 범인을 응징하여 더 이상의 범죄를 막으려 한다.  그러나 이러한 그의 노력을 반역으로 치부하는 국가기관의 방해와 차단으로 인해 그 역시 쫓기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밝혀진 그의 과거와 살인범의 정체는 이 모든 시작이 20년 전 우크라이나에서 시작된 것임이 드러난다.

 

사실 교묘히 은폐된 범인을 찾는 것도 아니고, 정통적인 추리소설은 아니다.  실제로 러시아의 실화를 모티브로 하여 연쇄살인범을 쫓는 전 국가안보부 요원이라는 큰 얼개를 갖고 있기는 하나, 그리고 마지막에 나름 반전이 있다고는 하나, 추리를 요하는 작품이라기 보다는, 스탈린 체제의 경직된 공포사회상을 드러내며 그 안에 갇혀 핍박받는 개인의 삶이 더욱 강하게 조명되는 작품이다.  누구보다도 충실했던 레오가 그 체제에 대한 의심과 회의를 갖게 되며 정면으로 그에 반하는 행위를 통해 진실을 추구한다는 점이 그렇다.  이 작품의 가치는 거기에 있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그러한 경직된 국가권력에 대한 경고는 이념과 시대를 막론하고 어느 사회에서도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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