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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사의 섬
오노 후유미 지음, 추지나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시귀"의 작가로 유명한 오노 후유미의 추리소설, "흑사의 섬."
책소개에는 오노 후유미의 본격 호러미스터리라고 소개하지만, 사실 호러의 요소는 없다. 다만, 폐쇄적인 성향의 외딴 섬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이, 사교로 여겨지는 미신을 믿는 섬사람들의 이질적인 신앙과 어우러져 음산한 분위기를 연출하려고 했을 뿐인데...
줄거리는, 조사 사무소를 운영 중인 시키부가 지인인 작가 카츠라기 시호가 행방불명되자 그녀의 행적을 쫓아 카츠라기의 고향 야차도로 향한다. 거기서 그녀의 행적을 추적하려고 하지만, 그녀가 이 섬에 왔다는 사실을 철저히 숨기려는 섬사람들에 의해 오히려 섬 밖으로 나가라는 무언의 압박을 받는다. 이에도 불구하고, 카츠라기를 찾겠다는 일념으로 그녀의 행적을 캐나가는 과정에서 결국 그녀가 참혹하게 살해당한 사실을 밝혀내고, 마을 사람들은 이게 악인에게 벌을 내리는 마두님의 형벌이라며 살인을 합리화한다. 미신적 신앙 뒤에서 살인행각을 벌인 살인범을 추적하는 시키부는 20년 전 이 섬에서 일어났던 또다른 살인사건을 접하게 되고, 이 모든 게 광기어린 동일범의 짓임을 알아채고 범인을 쫓는다.
마을 전체를 감도는 기묘한 마두 신앙, 거기서 풍겨져 나오는 불길하고 음습한 분위기로 실제 일어난 살인 사건을 더 기괴하게 만든다. 여기에 작가는 민속학에 대한 깊은 지식으로 무장하고 독자에게 이를 알려주려 하나, 이국의 전승적 전설이나 민속학의 유래에는 크게 흥미를 느끼지는 못했다, 적어도 나는. 그래도 결말 부분은 꽤 흥미로웠다. 작품 내내 시키부의 지지부진한 수사과정은, 오히려 현실적이라 좋았지만 (천재적인 명탐정이 그리 흔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덕분에 나 역시 같이 오리무중에 빠져 엉뚱한 사람을 의심하며 헤매고 있었는데, 결말에서 진정한 명탐정(?)이 나와서 이를 깔끔하게(?) 해결해주는 것이 무척 인상 깊었다. 스포라서 밝힐 수는 없지만, 작품 전반부에 걸친 다소 작위적인 분위기보다, 오히려 결말 부분에서 대부분의 점수를 얻은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