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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우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6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3년 1월
평점 :
어릴 적 보육원에서 자란 처지가 같다는 이유로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가 된 하루미와 요코. 적극적이고 활달한 하루미는 졸업 후 신문기자가 되고, 내성적이고 다소 소극적인 요코는 지방의회의원인 마사키와 결혼하여 명망있는 집안의 정치가 아내로 살아가게 된다. 하루미가 어릴 적 엄마와 자신을 이어주는 유일한 끈인 파란리본 이야기를 요코에게 해주게 되고, 요코는 이 이야기를 각색해서 평소 자신의 재능을 활용해 그림책으로 만들어 외동아들인 유타에게 읽어준 것이 우연히 출간되면서 선풍적인 인기의 베스트셀러가 된다. 여기저기서 인터뷰 요청을 받게 되며 뜻하지 않게 유명인사가 되나, 요코의 성격 상 이러한 유명세가 마냥 반갑지만은 않고, 더군다나 이 이야기의 모티브가 자신의 것이 아닌 하루미의 것이라는 생각에 요코는 자신의 성공이 하루미에게 미안할 뿐이다.
그러나 둘의 우정은 견고해 보이고, 이들 주변을 맴도는 수상한 중년여인의 존재가 신경쓰이기는 했지만, 마냥 평온하기만 했던 이들의 일상이, 어느날 유타가 실종되며 깨지게 된다. 의원 사무실 팩스로 요코가 TV 생방송에서 진실을 털어놓지 않으면 유타를 해치겠다는 내용의 협박편지가 전송되면서 그녀 뿐 아니라 그녀의 주변을 둘러싼 이들의 일상이 무너진다.
범인이 누구며, 무슨 진실을 밝히라는 걸 알지 못한 채, 요코와 그의 주변 인물들은 우왕좌왕 서로를 의심하고 불안해 하며 한편으로는 유타의 무사귀환을 걱정한다. 그 와중에 하루미의 조사로, 지난번 의원사무소가 부정의혹으로 검찰조사를 받았던 사건이 누구의 고발로 이루어진 것이 드러나고, 요코의 주변을 배회하던 중년여인의 정체를 뒤쫓게 되면서 드러나는 진실은, 30여년 전 한 시골마을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그 사건이 지금의 유괴 사건과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요코와 하루미의 교차되는 시점을 통해 점차 진실은 그 모습을 드러내며 반전을 이루는데...
하루미와 그녀의 엄마를 유일하게 이어주는 파란리본은, 비단 하루미 뿐만 아니라 모든 이를씨줄과 날줄로 엮어 서로를 이어주는 관계의 緣인 모양이다...
'이야 미스'의 특색을 지닌 미나코 가나에의 기존 작품들보다는, 다소 부드럽고 서늘한 맛이 덜한 작품이다. 그녀의 전작들이 불편했던 사람이면 반겼을 지 몰라도, 내게는 서늘하고 예리한 작풍의 미나토 가나에가 더 맞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