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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관의 살인 ㅣ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 중 하나, "인형관의 살인"은 작품이 쓰여진 순서 상으로는 네번째란다. 굳이 나눈 분류에 따르면 1기의 마지막 작품이다.
어릴 적부터 병약했던 주인공 히류 소이치는 요양을 마치고 30대의 나이에 교토의 집으로 옮겨와, 팔 생각도 없는 그림을 그리며 살아간다. 어릴 적 엄마가 사고로 죽고, 아버지와도 떨어져 살았던 소이치에겐 자신을 키워준 이모가 바로 엄마이자 유일한 혈육이다. 아버지는 자살로 생을 마감하기 전, 이 집에서 자신의 친엄마를 그리며 6개의 마네킹 인형들을 만들어 집안 곳곳에 비치해 두었고, 이들 인형을 절대 옮기지 말라는 유언을 내렸다. 아버지가 물려준 유산과, 안채 옆에 세워진 서양식 연립주택의 방세 덕분에 소이치는 돈 걱정은 없이 하루하루를 소일하던 소이치에게, 자잘한 기분나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아뜰리에에 쌓여진 인형에 빨간색 물감이 칠해져 있다던가, 우체통에 유리조각이 넣어져 있다던가, 현관 앞에 머리가 짓이겨져 살해된 고양이의 사체가 놓인다던가 하는 사건과 함께 '과거의 죄를 기억해내라'는 내용의 편지가 소이치에게 배달되며, 그는 잊고 있던 과거의 기억을 부분적이나마 조금씩 기억해 가게 되며 두려움에 휩싸인다. 세입자 중 하나가, 이 집이 어쩌면 과거 나카무라 세이지라는 괴짜 건축가에 의해 지어진 집일지도 모른다며 '인형관'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소이치는 알 수 없는 두려움을 느낀다.
엄마의 죽음, 자신에게 싸늘했던 아버지, 불길한 기분이 드는 옛친구의 얼굴 등 기억을 일깨우는 모티브를 통해 점차 과거의 진실에 직면하게 되는 소이치는, 누군가가 자신을 단죄하기 위해 목숨을 위협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옛친구인 가케바와 추리작가인 시마다 기요시에게 사건의 전말을 털어놓고 도움을 청하게 된다. 스스로도 기억을 더듬고 추리를 통해 인형의 비밀을 깨닫게 되나, 그 사이 자신을 키워준 엄마가 살해되고 세입자가 죽고 여자친구마저 목숨이 위태롭게 되는 순간 시마다 기요시가 나타나나, 사건은 파국으로 치닫고 만다. 결국 사건의 진실은 밝혀지나... (더 이상은 스포라...;;)
초반부터 이 작품의 트릭을 설마 하면서 의심하다가 그 직감이 맞았다는 게 밝혀지면서, 사실 추리소설의 본질 상으로는 조금 시시하게 느껴졌다. "흑묘관의 살인"과 함께 가장 이색적인 작품이라는 평에는 어느 정도 동의하지만. 작가에게는 스스로 제일 맘에 들어하는 관 시리즈 작품이라는 출판사의 소개가 있긴 했지만, 내게는 아니었다. (아직 읽어보지 못한 "기면관의 살인"도 있지만, 지금까지 읽은 관 시리즈 중에서는 여전히 "암흑관의 살인"이 내겐 최고다.) 작품이 쓰여진 당시에만 해도 이건 나름 센세이셔널 할 수는 있었겠다 싶지만, 굳이 이 작품을 "인형관의 살인"이라고 제목 붙여 '관' 시리즈로 넣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까지도 조금 든다. 아무튼 내게는 살짝 좀 아쉬운 '관'시리즈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