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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내일 ㅣ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박슬라 옮김 / 오픈하우스 / 2010년 9월
평점 :
잭 리처 시리즈 13번째 작품, GONE TOMORROW.
한밤중 뉴욕 지하철 6호선. 잭 리처는 몇 안 되는 승객들 중 자살폭탄 테러리스트의 전형적인 징후를 보이는 여자를 발견하고 이를 막으려 그녀에게 접근한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심야의 지하철 안에서 잭 리처만이 그녀를 알아보고 대참사를 막으려고 그녀를 설득하기 시작하나, 뜻밖에도 그녀는 폭탄 대신 권총을 들고 있었고, 갑작스레 자살을 하고 만다.
이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로서 잭 리처는 경찰, FBI,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자들로부터, 자살한 수전에게 마지막 순간 뭔가를 들었는지, '존 샌섬'이나 '라일라' 등의 이름을 들었는지, 수전으로부터 어떤 물건을 전해 받았는지에 대한 집요한 질문을 받기 시작한다.
잭 리처의 타고난 감각은 여기에 뭔가가 있다는 걸 눈치채고, 그냥 떠나서 가던 여정을 계속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을 파헤쳐 보기로 한다. 잭 리처 시리즈 중 공통점 하나는, 처음엔 리처는 자신의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전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점점 그 실체를 파고들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결과 거대한 그림을 그리게 되고 그럼으로써 위험에 처한 자신과 주변 인물들을 구한다는 것이다. 이번 작품에서도 예외없이 이 구조는 적용된다.
수전 주변을 조사하던 결과, 그녀가 국방부 소속으로 일했다는 점과, 과거 델타포스였던 상원의원 '존 샌섬'이 이 일에 관여되어 있다는 점, 그리고 '라일라'라는 여자가 그를 찾아오면서 수전을 둘러싸고 있던 주변 인물들이 하나씩 들어나게 된다. 여기에 미 국방부, 아프가니스탄 전쟁, 소련의 붉은 군대, 무자헤딘 등의 게릴라 부대들도 과거의 모습을 드러내며, 수전의 죽음이 이런 과거의 역사로부터 무관하지 않음을 밝혀내는 리처. 모든 사람이 과거를 숨기거나 거짓말을 하는 상황에서, 리처는 특유의 직관과 통찰로 사건의 윤곽을 그려가고, 점차 진실이 드러남에 따라 그는 경찰, FBI, 무자헤딘 모든 세력으로부터 위협을 받게 되고, 홀로 외로운 싸움을 이어간다.
역시나 이번에도 리처의 반신반인적 활약은 종횡무진하였고, 이젠 시리즈가 자리를 잡음에 따라 오글거리는 캐릭터 설명은 그 기름기를 좀 많이 덜어서 이전 작품들보다 훨씬 담백하면서도 좋았다. 여러 국가기관들의 등장과 잘 알지 못했던 아프간 지역의 역사적 사실에도 기초해 좀 더 스펙타클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진 듯 했다.
불쌍하게 죽은 수전에게는 내일이 사라져 버렸지만, 리처에게 아직 내일은 사라지지 않았고, 그의 계속될 여정을 기대를 품고 지켜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