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비저블 레인 히메카와 레이코 형사 시리즈 4
혼다 테쓰야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혼다 테쓰야의 신작, 인비저블 레인.  히메카와 레이코 형사 시리즈 4권이라고는 하지만, 국내에는 3권째인 "시머트리"보다 먼저 소개됐고, 나 역시 아직 시머트리는 읽지 못한 상태라, "스트로베리 나이트," "소울 케이지"에 이어 세번째로 읽게 된 작품이었다.

 

경시청 수사1과 살인범수사계 주임 히메카와 레이코.  그녀 역시 과거, 범죄의 희생자로 아직 그 충격에서 다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 아픔은 계속되겠지만, 형사로서 그녀의 직무를 충실히 해 나감으로서 그를 극복해 가고자 하는 아주 성실한 여형사다.  틀에 박힌 수사 방식에서 벗어나 특유의 직감으로 사건의 실마리를 집어내서 해결을 이끌기도 하지만, 그로 인해, 또 튀는 미모의 흔치 않은 여형사라는 이유로 동료들로부터 시샘과 견제를 받기도 한다.  물론 그녀를 믿어주고 지지해 주는 상사들과, 그녀를 믿고 따르는 수사반원들은 그녀를 지탱해 주는 중요한 축이지만.

 

이번 사건에서는 레이코는 용의자 중 한명과 뜻하지 않은 연애감정과 수사관으로서의 정체성 사이에서 큰 혼란을 느낀다.  그래서 사건의 해결이라는 추리 비중보다는 남녀간의 사랑이라는 감정을 다루는 연애소설의 느낌이 훨씬 더 물씬 나는 작품이었다.

 

조폭 똘마니 중 한 사람인 코바야시가 잔인하게 칼에 찔려 죽은 사건을 축으로 이 작품은 세 사람의 시점에서 전개된다, 경시청 형사 레이코와  조폭 두목 마키타 이사오, 그리고 누나의 복수를 꿈꾸며 삶을 지탱해 가는 청년 야나이 켄토의 시각으로 이야기는 구성된다.  코바야시 살인의 용의자를 조사하다가 그가 과거 경찰의 오점이었던 사건에서 피해자 가족이었던 점이 밝혀지고,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당시 치욕스러웠던 사건이 재조명되는 걸 피하기 위해 경찰 수뇌부는 용의자 야나이 켄토를 수사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하는 경악스런 결정을 내린다.  물론 좌충우돌 정의파 여형사 레이코가 이 결정을 그대로 따를 리는 만무하고, 혼자 은밀히 수사에 착수하면서 켄토의 주변 인물 중 한 사람인 마키타 이사오를 만나게 된다.  비록 조폭이지만 남성미 물씬 풍기고 의리있고 진중한 남자인 마키타와 레이코는 첫눈에 불 같은 사랑에 빠지고, 서로의 신분을 의식해 그 감정을 부인해 보려고 하지만 제어할 수 없는 감정에 휩쓸린다.  한편, 어릴 적 엄마의 죽음 후 누나와 아버지의 엽기적인 근친상간을 목격하고, 이후 누나의 의심스런 살해 사건을 접하면서 누나의 복수 외에 다른 아무런 삶의 목표도 이유도 없이 살아가는 청년 켄토의 시점으로도 사건은 기술된다. 

 

그 와중에 조폭 간의 이권다툼과 후계자 문제로 인해 거대 조폭 세력의 후계자가 살해되면서 이 두 사건은 연결고리를 갖고, 경찰은 이에 주목한다.  야나이 켄토의 존재를 덮으라는 상부의 압력에 굴복한 상사들과는 달리 레이코는 단독 수사에 몰두하고, 마키타의 도움으로 점차 사건의 진실이 파헤쳐 지는데...  결론은 새드 엔딩...ㅠ

 

사실 이번 작품에서는 그다지 추리가 돋보이지는 않는다.  야나이 켄토가 범인이라는 제보를 한 여자의 존재가 무시된다는 점이나, 켄토의 집에서 목격된 의문의 여자 등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 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건의 추리와 해결 보다는 두 남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슬픈 사랑에 초점이 맞춰진 한편의 슬픈 연애 소설 분위기다.  사건과 연애의 두 축이 비 오는 날 이루어지는 그 접점에서 교차되면서... 

 

자기가 사랑하는 남자를, 형사라는 직책상 의심하고 추궁해야 하는 레이코... 그녀의 가슴 속에서 흐르는 눈물이 비가 되어 내린다...  어서 그 아픔을 딛고 몸과 맘을 추스려 다시금 씩씩하게 사건 해결을 향해 돌진하는 그녀의 모습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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