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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로 숨 쉬고 싶은 그대에게 - 직장인의 어깨를 다독인 51편의 시 배달
김기택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9월
평점 :
품절
김기택 시인, 삼십 년 만의 첫 산문집
다시, 시로 숨 쉬고 싶은 그대에게
누가봐도 이제는 선선한 가을이다.
얼마전까지만해도 전기세 누진제를 걱정하며 에어컨을 껏다 켰다 했는데..
이제는 에어컨 따윈 필요없어!! 라고 외칠 정도로 바람이 시원하다.
거기다 가을을 알리는 비소식까지....
책을 들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계절이 온 것이다.
흙냄새, 사람냄새가 물씬 풍기는 책을 받아들고는 한참을 바라보았다.
"밥에 붙들려 꽃 지는 것도 몰랐다."

바쁘다, 하루가 금방이다, 시간이 없다...요즘 입에 달고 사는 말이다.
무엇이 그리 바쁘고, 무엇이 그리 힘든지...
세상살이에 녹여내기엔 내 삶이 그저 힘들게만 느껴졌나보다.
김기택 시인은 회사원으로 일하며 작품 활동을 병행해왔다고 한다.
출퇴근 시간동안 시를 향한 울림이 있을때 마다 주머니를 뒤져 나오는 영수증에도
글귀를 적었다고하니 시를 향한 갈증이 어느정도였을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다시, 시로 숨 쉬고 싶은 그대에게」는 4부로 나누어 봄, 여름, 가을, 겨울에 읽는 시들과
작가의 자서전적 이야기나 체험적 시론, 삶에 대한 이런저런 잡생각들을 덧붙여
첫 산문집으로 만들어냈다.
p141
왜 나는 나일까? 너도 아니고 쟤도 아니고 개도 아니고 꽃도 아니고 나일까?
나 하나만 해도 의문과 질문은 끝이 없다. 어쩌면 우주에 관한 모든 질문이 여기 다 들어 있는지 모른다.
어릴 때 그토록 많았던 호기심은 다 어디 갔을까? 물어야 할 것이 너무 많아서 질문을 잊은 것일까?
어른이 되면 나와 세상과 일상이 애초부터 그렇게 되어 있었던 것처럼 당연해 보일까?
살면서 겪은 수많은 실패와 시행착오와 체념이 궁금증을 앗아간 것일까?
왜 질문은 갈수록 줄고 고정관념은 늘어갈까?
나, 지금, 여기, 너, 밥 먹는 일, 바람 소리, 나를 보는 강아지의 궁금한 눈빛,
이 모든 평범한 것들이 감추고 있는 참을 수 없는 경이로움.
무한한 비밀을 품고 있지만 절대로 누설하지 않고
사소하고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위장하고 있는 저 사물들이 궁금한 사람,
그래서 아이처럼 엉뚱한 질문이 그치지 않는 사람,
어른이 되어도 그 호기심이 줄어들지 않는 사람은,
이미 시인이다.
산과 들, 여행이 그리워지는 가을..
이 한 권의 책이 주는 따스한 위로를 받아보는 것도 꽤 괜찮지 않을까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