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이청준 문학전집 중단편소설 5
이청준 지음 / 열림원 / 2000년 7월
평점 :
절판


내가 오랜만에 다시 책을 잡아들었다. 요즘 모의고사다 뭐다 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 너무도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나마 오랜만에 읽는다는 책마저 독서감상문을 써야한다는 압박감에 못 이겨 읽게 되어 내가 너무 부끄럽다. 이 번 책 역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르인 한국 소설에서 골랐다. 무엇을 읽을까 고민하던 중 나의 책꽂이 한 구석에서 외로이 놓인 책 한 권을 발견했다. 이청준 작가의 '눈 길' 이라는 소설이었다. 이청준 작가라면 역시 나에게는 친근한 작가로 다가왔다. 매잡이, 병신과 머저리, 특히 너무나도 유명한 서편제를 쓰신 작가가 아니신가. 그래서 더욱이 이 '눈 길' 이라는 소설이 내 맘에 꼭 들었다. 사실 이 작품에 대해선 조금도 들어보지 못했던 터라 무슨 내용이 나오고, 줄거리가 어떻게 되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였다. 그래서 다른 때와는 달리 궁금증을 가지고 흥미 있게 읽을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지난 겨울에도 눈이 참 많이 온 기억이 난다. 크리스마스 때 눈이 내려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장식하기도 했던 것 같다. 또 새해에 눈이라도 내리면 우리는 정말 흥분시킨다. 그리고 눈을 보면 어렸을 적에 친구들과 눈밭을 누비며 놀던 어린 내가 생각나기도 한다. 그리고 눈과 함께 했던 수없이 많은 나의 추억들이 머리 속에 떠오른다. 정말 아름답고 생각할 수록 가슴 뿌듯한 기억들이 많다. 그러나 항상 맑고 순수함만을 떠올리게 하는 눈도 항상 그런 것만은 아닌 듯 싶다. 눈에 의해 농부들이 피땀 흘리며 가꿔온 비닐하우스를 하루아침에 파괴되는가 하면, 폭설로 인해 많은 사람이 다치고 운명까지도 달리한다. 눈은 어느 때는 너무 그립기만 하고 어떤 때는 또 너무 얄밉기도 하는 존재임은 분명한 것 같다. 내가 눈썰매를 타며 웃고 있을 때, 망해버린 1년 농사에 피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이처럼 눈에는 저마다의 깊은 사연이 담겨 있는 것 같다. 그럼 이청준의 '눈 길' 에서 나는 눈을 어떻게 느꼈는가.

나는 이 소설의 주인공인 아들 '나' 가 너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도저히 여러 면에서 말도 안 되는 구실을 붙여가며 이해해보려고 했지만, 소설의 처음부터 끝까지 그의 생각에 공감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우선 내가 가장 의아해 할 수밖에 없었던 건 '나' 의 태도이다. 그는 늙은 어머니를 보며 항상 자신은 어머니께 갚아야 할 빚이 없다며 어머니의 말이나 생각을 무시해버리곤 한다. 도대체 모자 사이에 빚이 있다 없다 라고 말한다는 것이 과연 있을 수 있느냔 말이다. 사실, 내가 효자라고는 절대 할 수 없다. 항상 어머니 근심만 쌓이게 하고, 언제나 반항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드린다. 하지만 그래도 난 어머니의 은혜를 단 한 번도 잊어 본 적이 없다. 오직 커서 어머님의 끝없는 사랑에 보답할 날을 기다린다. 그러기에 나는 주인공을 더욱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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