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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여자의 열매
한강 지음 / 창비 / 200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소설, 내 문학사상에 또다른 혁명을 일으켰다. 인간을 생물화한 소설은 처음 보기 때문이다. 마땅히 읽을 것이 없어 학급문고를 뒤지던 중 어떨결에 손에 잡힌 책에 그것도 한 부분으로 들어있는 이 소설이 내 문학방 한 곳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다. 사실 이름도 못 들어본 작가 이름에 다만 전남 광주 출신이라는 것에 일단 꺼내긴 했지만 그렇게 마음에 내키지 않았었다. 그러나 제목이 상당히 내 눈길을 끌었기에 일단 펴본 것이었다.
여기서 주인공인 나는 아내와 아주 친하게 지내던 사이다. 보통 이런 행복한 생활을 좋아하는 나는 서서히 집중하기 시작했다. 피멍. 첫 문장부터 나오는 별로 좋지 않은 단어에 마음 한쪽에 무엇인가 알 수 없는 느낌이 올라왔다. 그렇게 둘은 사이 좋았다. 아내가 올해 스물아홉이 된 것을 보니 아마 신혼인 것 같았다. 이렇게 읽다가 갑자기 아내가 옷을 벗고 베란다로 나가는 부분 나왔다. 나는 혼자 봐서 다행이지 빨개진 얼굴에 어쩔 줄 몰랐다. 이 소설이 정말 제대로 된 소설인가 라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보통 문학에서는 그런 장면이 한번씩 나오기 때문에 읽기를 계속 했다.
처음에는 멍이 한 두 개 생기던 아내가 점점 커지고 많아지자 심각성을 느낀 주인공은 아내의 옷을 벗긴 후 차근 차근 봐본다. 그러나 아무 이상이 없었다. 다만 멍이 생긴 곳에 감각이 없을 뿐. 나는 이렇게 아내가 죽는 줄 알았다. 이렇게 멍은 없어지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 머리카락은 푸석푸석해지고 눈의 흰자위는 엷은 쪽빛까지 난다. 그리고 더 심각한 증상은 햇빛만 보면 옷을 벗고 싶다는 것이다. 배는 고프지 않고 물을 예전보다 마신다는 것에 그때까지도 나는 그녀가 도데체 왜 그런지 알지 못했다. 걱정된 그는 아내보고 당장 내일 내과로 가보라고 한다.
결국 가본 아내는 의사선생님께 '노말' 이라는 판정을 받는다. '노말' 이라고 해서 난 제일 처음 큰 병이 난 줄 알았다. 그러나 노말은 영어로 보통, 정상이라는 뜻이라는 것을 눈치채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그 뒤로 아내가 지금 사는 아파트에서 살기 싫어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고 싶었다는 것. 보통병원으로 안된다는 생각이 든 그는 종합병원에 가보라고 말한다. 그러나 거기서도 여전히 이상이 없다고 판정 받는다. 아니, 이상을 못 찾겠다고 판정을 받는다. 아내는 말수를 잃어 갔고 그는 아직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아내가 마음의 병을 얻었다는 것을 느낀 후 좋지 않는 생각이 그의 머리에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