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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세트 - 전10권 - 양장본 ㅣ 조정래 대하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는 내내 내가 장면마다 소설 속에 있는 듯한 묘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모르는 우리나라가 정말 힘들었던 5·60년대부터 경제성장기인 7·80년대를 그대로 느끼게 해주는 책이었다.
내가 모르던 시대였지만 그들의 삶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2003년도와 다를 바가 없었다. '한강'은 우리의 삶을 그려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시절 사람들의 고통과 열정들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참 감동적이었다.
나는 10권 마지막장을 넘길때까지 '한강'의 시대와 동시대를 살았다. 눈 감으면 난 4·19혁명의 한 가운데 있었고 다시 눈 감으면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의 분신자살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놀라운 일이었다. 나의 입에선 매일 '한강'에 대한 얘기만 흘러나왔다. 친구들은 그런 나를 보고 웃었고 아빠는 이 책에 대해 조금 비판적인 면이 없지 않아서 이해하지 못하셨지만 그래도 나는 말했다.
'한강'의 감동을 입을 통해서라도 전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어떻게 표현할 수 있겠는가?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중에도 나의 이 모자란 솜씨로는 그 감동을 표현할 수가 없어서 너무 안타까운데...
'한강'의 인물 하나하나 기억에 남지 않은 사람이 없다. 자신의 아버지 때문에 자신의 꿈을 펼치지도 못한 여러 인물들, 권력에 타협할 수 밖에 없었던 나약한 여러 인물들, 사랑 하나로 자신의 인생을 단 한 사람에게 바친 여러 인물들, 권력과의 대응에서 승리한, 그리고 패배한 여러 인물들... '한강'에서는 주인공이 따로 없다. 자신의 인생을 열심히 살아간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주인공인 것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는 너무 많은 감정들이 복잡하게 얽혀서 금방이라도 글을 다 채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막상 쓰고 보니 앞,뒤도 맞지 않고 내가 받은 감동을 모두 적어 놓지 못해서 답답하다. 몇 년이 지난 후에도 이 독후감을 읽었을 때 그 때의 그 감동이 살아날 수 있도록 적고 싶었는데... 하지만 이젠 상관없을 듯하다. 내가 잘못 생각한게 한 가지 있었기 때문이다. 몇 년이 지나도 '한강'의 그 감동은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