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꽃 필 무렵 - 3, 다시 읽는 이효석
이효석 지음 / 맑은소리 / 199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소설을 읽은 지도 오래 된 것 같다. 허 생원이 장돌뱅이여서 메밀꽃이 피어있는 길을 늘 걸어 다니곤 했다. 어느 날 여름날 동업자인 조 선달과 함께 술집에 갔는데... 여자와 놀아나고 있는 젊은 총각 동이를 보고 괜히 화가 치민 허 생원은 따귀를 한 대 갈기고 욕을 하고 술집에서 쫓아 버린다. 나중에야 허 생원과 동이가 부자지간이라는 것을 알았는데 아마 이때도 아버지 같은 마음으로 동이를 혼낸 것이 아닐까? 같이 살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부자간의 정은 끊을 수 없는 것이니까. 그것은 아마도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과 같은 근원적 원리일 것이다. 동이가 아무 말 없이 맞고만 있고 술집을 나오는 장면을 읽고서 나는 왜 저럴는지 궁금했다.

나 같으면 남의 일에 상과하지 말라고 왜 때리냐고 하면서 대들고 더 화가 나면 주먹도 나갈 것이다. 이런 동이의 모습을 조금 의아해 했다. 이런 동이의 모습을 보고서는 허 생원은 동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내색은 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 때 동이가 뛰어 들어와 '생원 당나귀가바를 끊고 야단이에요.' 라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을 걸었다. 나는 동이의 이 인품도 부러웠다. 자신에게 화를 냈다고 그 사람을 미워하지 않고 무시하지 않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 할 줄 아는 그런 동이의 마음을 본받았다. 이런 성격이라면 나도 친구들과 싸우는 일이 없고 선생님께 야단을 듣거나 충고를 들어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자존심이 무지무지 하게 쌔기 때문에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야단을 맞거나 친구들과 티격태격할 때 동이를 생각하면 조금이 나아지겠지?????

허 생원의 당나귀는 그와 함께 생을 살은 유일한 동반자였다. 비록 지금은 가스러진 목뒤털과 눈곱이 흐르는 눈이 주인처럼 볼품없는 모습이지만 나귀는 생원에게 있어 짐승 이상의 존재였을 것이다. 그런데 이 늙은 나귀가 어느 암 당나귀를 꾀어 제 새끼를 얻었다고 ? 磯? 이 당나귀의 모습은 예전의 허 생원의 모습니다. 가끔씩 허 생원은 첫눈에 반했던 여인을 생각한다. 허 생원도 그런 여인이 한 명 있었을 뿐.... 하지만 동이도 의지할 대 없는 외로운 몸이었다. 자신의 어머니도 자신의 아버지 없이 외롭게 자신을 키워왔다고 말을 한다. 이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뒤숭숭해지는 것을 느꼈던 것이다. 허 생원은..... 비록 말은 하지 않았지만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동이가 측은한 마음도 들고... 이런 생각을 하다가 생원은 개울가에서 발을 헛디뎌 개울 한 가운데서 넘어지고 만다. 동이는 생원에게 뛰어가 생원을 업고 개울을 건넌다. 개울을 건너면서도 생원은 계속 생각했다. 오랜만에 다른 사람과 살을 부대끼는 생원에게 동이의 등은 따뜻하고 정겹고 반가웠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혹시 동이의 아버지라는 사람이 내가 아닐까???하는 그런 추측을 하지만 아니겠지 하고 넘기고 만다.

하지만 다시 한번 의심이 가는 부분을 찾는다. 동이가 나귀를 채찍질할 때 왼손으로 친다. 허 생원 역시 왼손잡이다. 유전적으로는 왼손잡이라는 것이 유전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소설 속에서는 동이가 허 생원의 아들? 繭遮?것을 암시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몸도 마음도 외로운 두 사람은 친 부자가 아닐지라도 함께 라는 사실이 많은 힘을 줄 것이다. 허 생원의 아들이 동이라는 것은 소설 속에서 확신 짓지는 않지만 아마도 동이가 아들일 것이다. 소설 속에서 그런 것을 그렸으니까. 이 소설을 읽고서 가족이라는 것이 참 소중한 것이라는 것을 느꼈다. 평소 지내면서 잘 느끼지는 못 하지만 내가 힘들거나 아프거나 할 때 나에게 가장 힘이 되고 나를 가장 많이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나와 한 핏줄을 가지고 있는 가족이라는 것을 이 설을 읽고서 되새길 수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