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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카
베네딕트 데 스피노자 지음, 황태연 옮김 / 피앤비 / 201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글쓴이 ; 황태연
내가 번역하고 피앤비에서 발행한 에티카 번역본은 제본에 있어서 최상급은 아니다. 그러나 내가 확인한 결과는 책의 내구성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이 책을 살펴보고 외양이 별로 멋이 없고 폼이 안 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은 문장들을 읽어나가는 데 별 문제가 없는 책이다.
글자크기가 작아서(10포인트임) 글자를 키웠으면 좋겠다는 말은 들은 적이 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의 주장이나 번역에만 의존하여 철학적 문제들을 생각하고 연구하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직접 나서서 스피노자의 '신학정치론'도 처음으로 완역했고, '지성교정론'과 '에티카', '정치론'도 공들여서 번역했다.
나는 스피노자의 철학에 오래전부터 관심이 깊었고 나름대로 열심히 연구도 계속했다. 이러한 연구과정에서 나온 것이 스피노자의 저술들에 관한 나의 번역본들이다.
한국의 철학자들은 외국의 철학에 관련된 학자들의 의견이나 학설을 열심히 추종하는 경향이 있다. 나는 그런 자세를 갖고 싶지 않은 사람이다.
스피노자의 에티카에 대한 외국 학자들의 의견이나 주장은 신중히 참고하면 되는 것이지, 그 이상으로 그들의 생각이나 의견을 추종하는 것은 좀 무분별한 것이다.
인간은 철학서를 사서 읽으면서 무엇을 기대하는가?
그때 인간은 자기의 어떤 욕망들을 충족시키려고 하는가?
철학서를 읽으려고 하는 사람은 어떤 욕망들을 품고서 철학서에 관심을 가지는가?
인간이 만약 지적 호기심이나 욕구뿐만 아니라 어떤 허영심도 가지고 있다면, 자연스럽게 책에 관심을 가지면서 자기의 허영심도 충족시키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런 허영심은 어떻게 충족될 수 있는가? 남들의 인정을 받고. 남들에게 자랑삼을 만한 어떤 것을 과시할 수 있을 때 허영심은 어느 정도 충족된다. 인간이 허영심을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은 책의 내용에 대한 이해보다 아는 체하는 것을 통해서, 또는 가지고 있는 책의 외양과 고급스러움을 자랑삼는 것을 통해서일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철학서를 읽는 일에 있어서는 허영심을 충족시키는 것보다 지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고 이성적인 것이다.
나는 다른 번역서들도 여러 번 읽은 적이 있다. 어떤 번역서는 읽으면 읽을수록 정확하지 않음을 드러내는 멋없는 책이었다. 그래서 이상한 부분들이나 잘못된 부분들도 알고 표시해 놓은 것들이 있다. 그러나 그것들을 자세히 공개하지는 않는다.
실력과 진정성이 부족한 사람들의 생각과 의견이 반영된 번역서를 읽고 추종하는 것은 그들에 대해 착각하고 그들에 의해 잘못 이끌리는 것이다.
이것은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진리를 아는 데에 확실히 지장을 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