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카
베네딕트 데 스피노자 지음, 황태연 옮김 / 피앤비 / 201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스피노자와의 대화 1


상수리; 안녕하십니까? 선생님! 이렇게 기꺼이 대화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스피노자; 안녕하세요. 얼마 전에 상수리(황태연)님이 ‘신학정치론’에 이어 ‘지성교정론’과 ‘에티카’를 새롭게 한국어로 번역하여 출간한 일에 대해 애쓰셨다는 말과 함께 축하를 드립니다. 이번 ‘에티카’ 번역출간을 보고 나는 상수리님이 나의 사상 및 철학에 매우 관심이 깊다는 것을 분명히 알게 되었습니다. 어떠한 이유로 나의 사상 및 철학에 대해 깊은 관심과 연구의지를 갖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상수리; 제가 선생님의 사상에 남다르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언젠가부터 스스로 이 세상 자체가 신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생각을 갖고 있는 상태에서 선인들의 이런저런 사상을 접하는 동안 선생님의 ‘신은 곧 자연이다’라는 사상이 저에게 강한 흥미를 유발시켰고, 그에 이어서 선생님의 사상에 대한 탐구의욕이 자연스럽게 강해졌습니다.


그래서 열여덟 살 시절에 선생님의 주저인 ‘에티카’ 번역본을 문고판으로 구해서 처음으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 에티카를 처음으로 읽을 때  처음 한 페이지를 읽고는 너무나도 생소한 표현과 난해함 때문에 그만 몰려오는 잠을 이기지 못하고 책을 덮어버린 일이 생각납니다. 물론 그것으로 ‘에티카’를 읽기를 그만둔 것은 아니었습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책을 붙잡고 읽으며 이해해보려고 끈질기게 노력했습니다.


에티카를 항상 머리맡에 놓아두고 수시로 책을 펼쳐 읽고 또 읽으며, 마치 깊이 감추어진 보석을 찾아내려는 듯이 무척이나 열심히 반복하여 에티카를 읽었습니다. 그 번역본은 강두식님과  김평옥님의 번역본인데 번역이 어떠한지에 대해 따져볼 마음도 능력도 그때는 없었기에 그저 열심히 읽고 생각하고 또 읽는 것만 반복했습니다. 열심히 책을 읽다보니 책이 중간이 갈라지고 파손되는 지경에 이르러 다시 같은 책을 사서 계속 읽어나가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강영계님의 번역본이 나와 있길래 그 책을 또 사서 열심히 읽으며 미처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마저 다 이해해보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러는 중에 에티카 원문에도 관심을 갖게 되어 에드윈 컬리의 영역본 전집을 구입했고 다른 영역본과 사무엘 셜리의 ‘신학정치론’ 영역본, 그리고 사무엘 셜리의 스피노자 전집도 구입해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그러한 과정 중에 나이를 먹게 되고 사물의 이치와 인간, 인간 사회에 대해 나름대로 인식한 것이 쌓여 새롭고 더 정확한 인식을 추구하려는 욕구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에티카에 한정하여 말한다면, 기존의 번역본들이 가진 미비한 점, 애매한 표현(이것은 어떻게든 에티카를 더 정확히 이해해보려는 나의 노력을 저지하고 방해한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이상한 표현 등을 모두 극복, 해결하여 에티카에 대한  더욱더 정확하고 완전한 독해에 도달하려는 노력을 실행에 옮긴 것입니다. 이러한 일련의 노력과 행동이 선생님의 사상과 철학을 더 정확히 이해하려는 저의 마음과 연구의지가 실현된 것이라고 봐주시면 적당할 것 같습니다.


스피노자; 좋습니다.  나의 사상과 근본적으로 통하고 일치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니 동지를 만나는 것이라서 일단은 반갑고, 그토록 강렬한 의지를 가지고 나의 철학을 이해하려 지속적으로 노력했다하니 앞으로도 계속 좋은 결과가 이어지기를 기원합니다.


상수리; 이해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저도 역시 선생님을 동지요 스승이요 선배라고 여기며 선생님의 철학을 철저히 이해하고, 혹시라도 미비한 점이나 오류가 있으면 수정 보완하여 이성적인 인간이라면 누구라도 추구할 만한, 세계와 인간에 대한 더욱 완전한 인식을 위해 힘써 노력할 것을 말씀드립니다.


스피노자;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나의 철학에 경의를 표하고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면서도 나의 철학 전체를 시원스럽게 해석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내가 올바르고 충분할 수도 있고 잘못되고 불충분할 수도 있겠지만, 나의 표현의 문제인지 독자 및 연구자들의 독해력의 문제인지 몰라도 사람들이 나의 철학 중에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많아서 그 점이 아쉬운 대목입니다. 이 점에 관련해서 앞으로 상수리님이 긍정적인 역할을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상수리; 그러한 일에 저의 능력이 유효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성의껏 노력해보겠습니다. 선생님이 오늘 이렇게 대화에 응해주신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뵙고 대화하기를 청할 때 반갑게 응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스피노자; 이성적인 사람으로서 서로 통하고 일치한다면 가장 좋은 조건에서 서로 만나 대화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 이유로 앞으로도 얼마든지 의미 있는 대화가 이루어질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다음에 또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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