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정치론
베네딕트 데 스피노자 지음, 황태연 옮김 / 신아출판사(SINA)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스피노자의 신학정치론의 문장들은 왜 그렇게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되었는가?


본인이 번역한 ‘신학정치론’은 게프하르트의 독일어 번역본을 영어로 옮긴 사무엘 셜리의 영역본 ‘신학정치론’을 한국어로 번역한 것이다.

내가 알고 있기로는 셜리의 영역본이 영미에서는 널리 인정을 받고 있다.

그보다 먼저 독일의 게프하르트라는 사람이 학자들이나 독자들에게  스피노자의 저술 번역과 해석 부문에서 크게 인정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스피노자의 저술들은 주로 라틴어로 쓰여 있어서 오늘날의 우리가 보았을 때는 해석하기 쉽지 않다. 나도 라틴어 원문을 보았지만, 라틴어는 오늘날의 영어 등과  비교했을 때 문장성분이 생략된 것이 많다. 사전을 보아도, 단어의 뜻이 대개는 (영어로)풀이가 되어 있으나 종종 뜻을 분명히 알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의 문장을 해석할 때는 문맥을 고려하고,  라틴어와 맥을 같이하는 오늘날의 영어 등과 스펠링이 비슷한 단어를 연관시켜 해석하는 것 같다.  그래도 해석이 달라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어쨌든 해석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해석이 되고 있는 형편이다.

그리고 라틴어 원문에서부터 스피노자의 문장은 간단하지가 않다. 문장이 길기도 하고 의미도 난해한 경우가 많아서  독해가 만만치 않다.

그래서 결국 그 문장을 영어로 옮긴 셜리의 번역문도 간단한 문장이 될 수 없었다는 것을 나는 이해하고 있다.  그러한  이유로   내가  번역한 한국어 ‘신학정치론’도 읽고 이해하는 것이 수월하지 않은 글이 되었다.

스피노자의 에티카를 읽어본 사람들은 스피노자의 사상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 수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에티카에서의 스피노자의 사고방식이나 사고수준이 신학정치론에서도 역시 나타났다고 보는 것이 이치에 맞는 판단이 될 것이다. 나도 신학정치론을 번역하면서 문장이 왜 이리 어렵고 복잡한가 하며 불만스럽게  생각했으나  진리를 표현하는 스피노자의 방식을 우리가 비난할 수는 없다. 그러한 일은 그의 사고와 사고방식이 남다르고 뛰어났기 때문에 빚어진 현상임을 인정하고, 문장들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기 위해 정신을 집중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한국어로 된  또 다른 번역본에 대해서도 할 말이 좀 있다.

그 책의 원문은 이것(a translation from Bruder's 1843  Latin  text  by  R.H.M.  Elwes  (1883).)데, 나도 이 원문을 가지고 있지만  이것은 문장 자체가 스피노자의 것과 닮은 것이 아니다.  확실히 말하건대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모든 문장이(전부일 수도 있다) 개조 내지 변조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글의 내용을 모조리 개조, 변조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그런 의도가 있었다고도 보지 않는다). 아마도, 앞에서 설명한 대로, 문장이 길고 난해한 형식으로 되어 있으므로  독자들이 좀더 쉽게 읽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그렇게 했으리라 짐작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그 역자는 긴 문장을 해체하여 짧은 문장으로 재조합(개조)했으며, 그에 따라 불가피하게 초래되는 불일치를 피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그 불일치가 과연 무시해도 될 만한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연구해보지 않았고 별로 연구할 마음도 없다. 

Elwes의 신학정치론 원문은 인터넷에 공개되어 있는 것이다. 미국의 아마존 닷컴에 가보면 책으로는 나와 있지 않다. 윌 듀란트의  철학이야기에서도 신학정치론이 언급되고 있고, 그가 Elwes책을 읽은 것이 나타나 있지만  그때는 미국에도 그것밖에 없어서 그것을 읽었다고 본다. 오늘날 영미인들은 왜 Elwes의 책 대신에 사무엘 셜리의 책을 읽고 있는 것인가?  좀더 정확한 책을 읽기 위해서가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든다.

인류역사에 남은 훌륭한(완벽하다는 사람도 있다) 논문이 누구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쓰여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지만,  쉽게 독해되지 않는다고 해서 문장을 개조, 변조하면  과연 저자의 사상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는 것인가?


나는 확실히 의문이 생긴다.

나의 입장으로는 스피노자의 사상을 명확히 이해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지만, 어떤 훌륭한 표현이나 사고방식을 본받을 수 있는 기회도 가치 있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우리의 사고력을 점검하고 단련하는 기회일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나는 라틴어 원문과 일치하거나 최대한 닮은 문장형식을 유지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점이 내가 신학정치론을 번역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번역문은 될 수 있는 한 원문과 일치해야 하는지, 아니면 이해하기 쉽도록 재량껏 개조 또는 변조를 해도 괜찮은 것인지에 대해, 사람들이 어떤 생각과 판단을 하든지 그것은 각자의 자유의 영역이다.

나에게는 나의 소신이 있을 뿐이다.

스피노자의 ‘신학정치론’을 번역하면서  나는 참다운 인식을 추구하는 사람으로서  최선을 다했다.

[신학정치론]

원문

Spinoza, Benedictus de, 1632-1677

[Tractatus theologico-politicus. English]

Tractatus theologico-politicus; (Gebhart edition, 1925) / Baruch Spinoza; translated by Samuel Shirley 


참조문헌 

A THEOLOGICO-POLITICAL TREATISE ; A translation from  Bruder's 1843  Latin  text  by  R.H.M.  Elwes  (1883).

Tractatus theologico-politicus / 라틴어 판본

; http://www.spinozaetnous.org/wiki


황 태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