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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를 바꾸려는 사람들 - 프랑켄슈타인에서 현대 신경기술까지, 뇌과학으로 만나는 신경윤리의 질문들
김명호.류영준 지음 / 어크로스 / 2026년 8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처음에는 제목 때문에 조금 어려울 것 같았다.
'뇌를 바꾸려는 사람들'이라니.
뇌과학을 잘 모르는 내가 읽어도 괜찮을까 싶었다.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전기와 생명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갈바니와 볼타의 논쟁, 뇌파와 전기 치료에 대한 이야기까지 이어지는데,
오래전 과학자들이 지금과 비슷한 질문을 가지고 고민했다는 게 흥미로웠다.
특히 기억에 남은 건 '치료'와 '향상'에 대한 부분이었다.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런데 건강한 사람의 기억력이나 집중력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해 뇌를 바꾼다면 어떨까.
둘의 차이가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됐다.
책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치료를 넘어 '향상'이 가능하다고 믿게 되는 이유는 뇌가 다른 기관과 달리 정신이라는 비물질적인 것을 품고 있기 때문일까?" p.10
이 문장을 읽고 한동안 생각했다.
왜 우리는 뇌를 다른 신체 기관과 다르게 생각할까.
팔이나 다리를 치료하는 것과 기억이나 감정을 바꾸는 것은 아무래도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
뇌는 내가 무엇을 기억하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와 연결되어 있으니까.
책의 뒤쪽에서 기억과 감정, 인격까지 전기 자극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는 조금 더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기억을 바꿀 수 있다면 어떨까.
좋지 않았던 기억을 없앨 수 있다면 편할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그 기억까지 없어지고 나면 그 사람은 이전과 같은 사람일까.
감정도 마찬가지다.
내가 원하지 않는 감정을 없애고 원하는 감정만 가질 수 있다면 정말 더 좋은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
쉽게 답하기 어려웠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생각했던 또 하나의 질문은 '할 수 있는 것과 해도 되는 것은 같은가'였다.
요즘은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부터 궁금해한다.
나 역시 그렇다.
인공지능이든 뇌과학이든 새로운 기술을 보면 '이걸 어디까지 할 수 있지?'라는 생각부터 하게 된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는 그다음에 이런 질문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꼭 해야 할까?'
책에서 연구자들은 '어떻게'라는 질문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대중에게는 '왜'라는 질문이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나는 이 부분이 꽤 마음에 남았다.
어떻게 가능한지는 과학이 알려줄 수 있다.
하지만 왜 해야 하는지,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는 다른 문제일 테니까.
뇌과학 이야기를 읽으면서 오히려 이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처음에는 뇌를 바꾸는 기술에 대한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읽고 나니 내가 '나'라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지까지 생각하게 됐다.
기억이 바뀌고 감정이 바뀌고 생각까지 바뀐다면 어디까지가 나일까.
아직은 나도 답을 모르겠다.
그래서 이 책이 더 기억에 남는 것 같다.
정답을 알려주는 책이라기보다 읽고 난 뒤에도 질문이 남는 책이었다.
우리는 뇌를 어디까지 바꿔도 괜찮을까.
책을 덮고도 이 질문이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여운이 길게 남는 열린 결말의 책은 언제나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