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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글와글 철학학교 ㅣ 톡 꼬마 철학자 1
안느 소피 쉴라르 지음, 강미란 옮김, 파스칼 르메트르 그림, 황경식 감수 / 톡 / 2010년 11월
평점 :
철학이란 무엇일까? 생각하면 아리스토텔레스, 소크라테스 등의 위인들만 생각나고, 나랑은 거리가 먼 어른들의 이야기라 생각이 든다. 사실 철학하면 고리타분한 사람들이나 좋아하는 학문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건 사실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 아이들에게 철학에 대해 접근하는 방법이 궁금했다. 가장 좋았던 것은 글이 짧다! 책에서 글이 짧은 게 장점이라니, 조금 아이러니 하지만 철학이라는 딱딱한 내용을 다루는 책이 재치있는 그림과 글로 이루어졌다는 것이 그만큼 아이들을 다가가게 할 수 있는 큰 장치라 생각된다. 실제로 책을 읽을 때 정말 부답없이 넘길 수 있지만 질문이나 답 자체는 부담없이 넘기기에는 심오한 내용들이라 그 조화가 참 아름답다.
어린이를 위한 책이라고 하지만 어른인 내가 읽어도 질문 자체가 마음에 들고 생각할 거리를 주는 것들이 많다. 그리고 생각할거리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이 나와 있어서 이 점이 참 좋았다. 우리나라 교육은 질문에 대한 답이 한 가지만 있다. 흔히 시험을 보면 그렇다. 정답을 써야 점수가 올라가는 문제들. 하지만 우리 인생은 그렇지 않다. 정답은 여러 개가 있을 수 있고, 없을 수도 있다. 아이들에게 질문을 통해 여러 삶의 문제들을 생각해보게 하는 책의 구성이 참 좋다.
예를 들어 보자. '두려움은 왜 생기는 걸까?' 라는 질문에 대한 내용 가운데 두려움은 우리에게 방해가 되는 것(학교가 두려울 떄, 말을 걸 수 없을 때, 미래가 두려울 때)과 도움이 되는 것(시합을 앞두고 두려워 연습을 열심히 하는 것, 죽는 게 두려워 즐겁게 사는 것) 등 다양한 눈이 있다. '왜 착한 행동을 할까요?' 에서는 더욱 다양한 내용들이 나와있다. 내용으로는 1. 스스로 착하다고 느끼고 싶어서 2.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받고 싶어서 3.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서 4. 칭찬을 받기 위해서 5. 어쩔 수 없이 착하게 행동해야 함(혼나니까) 6. 예절을 지키려고 7. 착하게 행동하면 사람들이 날 좋아할 것 같아서 8. 싫다는 말을 못해서 등이 있다. 이 내용들 중에서 내가 착한 행동을 하는 까닭을 골라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활동도 참 재미있을 것 같다. 아마 자신에 대한 이해가 한층 깊어질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질문 '항상 친절할 수 있을까?'라는 내용이 나는 참 좋았다. 항상 친절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는 아이 보다는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아이가 더 좋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이 책을 아이들 토론 교재로 사용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의 삶에서 미처 생각해보지 못하고 넘어가는 다양한 질문들을 통해 토론을 해보고 그 토론을 통해서 아이들이 자신의 삶을 더 깊이 생각하게 되고 친구들의 생각도 이해할 수 있어 토론 뿐 아니라 아이들의 자기 이해, 타인의 이해 등 인간 관계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은 휴직 중이지만 학교로 돌아갈 때 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이 교재로 토론 수업을 해보고 싶다. 그리고 이 주제로 글쓰기 활동을 해봐도 재미난 글들이 많이 나올 것 같다.
이상, 아이들이 읽어도 좋지만 어른들도 읽으면 더욱 좋은 책, 와글 와글 철학 학교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