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
김훈 지음 / 학고재 / 200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김훈의 작품들을 읽어보면 선명한 영상을 보고 있는 것처럼 묘사의 탁월함과 현란함에 마치  무림의 고수가 자유자재로 칼을 쓰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된다. 

p.23  

칸의 눈매는 날카롭고 광채가 번득였다. 상대를 녹일 듯이 뜨겁게 바라보았다. 아무도 칸과 시선을 마추치치 못했다. 칸의 결정은 신속하고 단호했다. 칸은 구운 오리고기에서 뼈를 발라내며 군대의 진퇴를 결정했고, 입을 오물거려 오리뼈를 뱉으며 명령을 내렸다. 그는 사냥개를 좋아해서 몽고와 티베트에서까지 종자를 구했고, 부족장들은 고을을 뒤져 영특한 개를 찾아서 바쳤다. 

(중략) 

칸은 먹고 마시는 일에도 얽매임이 없었다. 싸움이 없는 날에는 진중 군막에서 하루에 여섯끼를 먹었고 싸움이 계속되는 날에는 양고기를 말젖에 적셔 먹으며 며칠씩 버티었다. 

현의 노래 p.65~66 

오줌줄기 부딪히는 소리가 돌 속으로 스미자, 오줌줄기가 몸을 떠나서 쏴-소리가 크게 울렸다. 몸속에서 살이 울리는 소리가 가랑이 사이의 구멍을 퍼져나오고 있었다. 오줌을 눌 때마다 그 소리는 낯설고 멀게 들렸고 소리를 내고 있는 살 구멍의 언저리가 덜렸다. 아라는 놀라서 오줌줄기의 방향을 바꾸었다. 마른 잎이 찢어지고 흙이 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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