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식사
황지우
나이든 남자가 혼자 밥 먹을 때
울컥, 하고 올라오는 것이 있다
큰 덩치로 분식집 메뉴표를 가리고서
등 돌리고 라면발을 건져올리고 있는 그에게,
양푼의 식은 밥을 놓고 동생과 눈흘기며 숟갈 싸움하던
그 어린 것이 올라와, 갑자기 목메게 한 것이다
몸에 한세상 떠넣어주는
먹는 일의 거룩함이여
이 세상 모든 찬밥에 붙은 더운 목숨이여
이 세상에서 혼자 밥 먹는 자들
풀어진 뒷머리를 보라
파고다 공원 뒤편 순댓집에서
국밥을 숟가락 가득 떠넣으시는 노인의, 쩍 벌린 입이
나는 어찌 이리 눈물겨운가
황지우 시인의「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 있을 거다」시집에 들어있는 시이다.
시어와 문장, 그리고 그 안에 담겨진 정서가 너무나 공감가는 시들이 가득하다.
그 중 '거룩한 식사'라는 시의 "이 세상 모든 찬밥에 붙은 더운 목숨이여"라는 표현은 가슴에 깊게 와 닿는다. 우리 모두 결국은..찬밥에 붙은 더운 목숨이 아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