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
반디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2월
평점 :
품절


고발은 아마도 우리나라 출판계에서 생존해있는 재북 작가가 출간한 최초의 소설책이 아닐까한다. ‘고발이라는 제목을 보는 순간, 맨 처음 든 생각은 프랑스의 대지성 에밀 졸라의 글 나는 고발한다가 연상되었다. 에밀 졸라가 유대인 드레퓌스가 무죄임을 밝히며 나는 고발한다고 진실을 외쳤듯이, 이 책의 작가 반디도 북한의 실상이라는 진실을 외치는 느낌이 들었다


반디 작가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북한의 솔제니친이라고 불리고 있지만, 그가 누구인지 독자들은 모른다. 독자의 입장에서 실존하는 인물인지 조차도 사실 불명확하다. 그러나 그의 글을 읽으면 그 내용의 사실성 등으로 볼 때 실존인물임은 분명하다는 느낌이 든다. ‘반디라는 필명은 그가 붙인 것도 아니라 한다. 그의 작품을 처음 한국 땅으로 가져온 피랍 탈북인권연대 관계자들과 이를 특종 보도한 월간조선이 북한의 암울한 현실을 밝힌다는 의미에서 반딧불이를 작가의 이름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 반딧불이 같은 희미한 불빛이 아니라 어느 새 우리 마음 속에 커다란 불길이 일어남을 느낄 수 있다. 북한의 암울한 인권에 대한 마음 속의 분노의 불길이, 그리고 통일에 대한 의지의 횃불이... 적어도 나는 그랬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북한의 폭압 속에서 인권이 말살되는 북한 사회의 부조리와 독재체제가 불러온 사회적 모순을 우리에게 고발하고 있다. 7편의 단편은 생생한 북한의 실상을 완벽하게 보여주기에 부족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전혀 부족하지 않은 내용을 담고 있다


탈북기에서는 북한의 차별과 폭압 속에서 탈북이라는 소극적 저항을 하는 일철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고, ‘유령의 도시에선 아기가 마르크스와 김일성의 초상화를 보고 경기를 일으키는 것을 막아 보려고 덧커튼을 달았다가 평양에서 추방당하는 엄마의 이야기를, ‘준마의 일생은 공산체제가 시키는 대로 성실하게 살아가다가 좌절, 아끼던 느티나무를 찍어버리고 죽는 마부의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지척만리는 죽어가는 어머니를 지척에 두고도 여행 제한과 기차 운행의 결함으로 결국은 임종을 하지 못하는 아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복마전은 길을 가다가 김일성을 만나 선전자료로 이용당하는 할머니의 이야기를, ‘무대는 보위부원의 눈에 비친 북한체제의 연극이, ‘빨간버섯에 와서는 마침내 프롤레타리아 독재의 산실인 당사를 타도하자고 외치는 내용이 그려져 있다. 마지막 단편인 빨간버섯이 의미하는 바는 크다. 작가 심중에 감추었던 마음들을 적나라하게 드러낼 뿐 아니라 한 걸음 더 나아가서 그것들을 큰 소리로 외치고 있는 것 같다. 겉보기에는 화려하게 보이나 먹으면 죽게 되는 빨간 독버섯과 같은, 아니 그보다 더 잔혹한 악마적 본성을 가진 북한 공산체제를 뿌리채 뽑아 버리자는 절규를...


반디 작가는 이 책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황막하고 쓸쓸한 북한에도 삶의 숨결은 있다. 하지만 숨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때로 광란의 함성만이 이곳을 뒤덮을 뿐이다. 생명보다 존엄한 무엇을 위해, 사람들은 숨막히는 시선으로 서로를 가둔다. 작은 끄적임도 허락하지 않는 이 곳에서 재능은 분노로 바뀌어 나는 이곳을 고발한다라고


반디 작가의 고발이 공허한 외침이 되지 않도록, 진실을 더 많이 알고 알려야 하는 것은 독자들인 우리들의 몫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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