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정한 죽음 - 생의 끝에서도 삶의 품격을 잃지 않는 지혜
능인 지음 / 불광출판사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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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년 겨울에 친할머니가 돌아가셨다.
할머니를 마지막으로 조부모와 외조부모 모두 하늘로 돌아가셨다.
돌아가시기 직전에 할머니를 뵈러 본가로 내려왔었다.

그런데 1달 전에 볼 때만 해도 대화는 할 수 있었던 할머니가
호흡도 거칠고 내가 왔는지도 모를 정도로 많이 힘들어 보여서,
위로한답시고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2-이후 돌아가시고 나는 고향에 내려가 장례를 치르고 올라왔다.
내가 그때 어떤 말을 해주면 좋았을까?라고 가끔 생각했다.

죽음이 가까워지는 사람들은 어떤 시간을 보내고,
그들 곁의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바라볼지 궁금해졌다.

3-<단정한 죽음>은 호스피스 영적 돌봄가인 능인 스님이
병동에서 환자들을 돌보면서 느낀 점을 쓴 에세이 모음집이다.

호스피스 병동은 회복이 어려운 병을 가진 이들의 고통을 완화하고
환자와 가족들이 가진 여러 어려움을 돕기 위한 의료기관이다.
사람들은 ‘죽음’이라는 결과만 보고 쉽게 편견을 갖지만,
죽음도 떠나기 전의 시간을 어떻게 보냈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4-슬픔, 막막함, 외로움, 두려움…
타는 듯한 통증과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죽음 사이에서,
고통은 사람들의 마음을 굳게 만든다.

스님은 그 고집을 억지로 풀려고 하지 않는다.
환자들의 두려움을 해결하려고 전전긍긍하지도 않는다.
대신 긴장을 잠깐 내려놓고,
감정 뒤에 그들 스스로가 원하는 것을 볼 수 있도록 한다.

5-최선을 다했지만 암이 재발해 자신의 몸을 믿지 못하고 절망하는 사람에게는
환자 내면의 생명을 가리켜 스스로를 미워하는 마음을 완화할 수 있도록 하고,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 앞에 삶을 끝내고 싶어하는 사람에게는
따뜻한 차 한잔과 함께 고통의 무게를 조금이라도 덜어주며
상처가 아문 자리에 행복이 찰 수 있음을 알려준다.

6-죽음이 다가오면 당사자 주변의 사람들도 감정이 휘몰아친다.
특히 환자 곁을 지키는 보호자는 돌봄의 고됨과 슬픔, 죄책감 사이에서
갈등하며 무너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스님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보호자와 유가족도
그들 스스로의 마음을 돌볼 권한이 있음을,
그렇게 했을 때 서로가 후회 없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음을
자신의 경험을 통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7-우리는 살아가는 법은 끊임없이 연습하지만
머물렀던 자리에서 내려오는 법은 배우지 못한 채로 살아간다.
하지만 변화하는 세계에서 존재는 모두 태어나고 또 죽는다.

마음을 가다듬어 지나온 시간을 정리하고,
손에 쥐었던 것들을 하나씩 놓아주는 일.
죽음을 준비한다는 것은 죽음만을 바라보고 사는 게 아니라,
다가오는 죽어감의 과정 속에 온전히 삶을 살아내는 법이다.

8-스님은 그래서 ‘단정한 죽음’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죽음을 삶의 실패로 보지 않고 모든 생명이 지나야 할 삶의 한 과정으로 바르게 보는 것.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말을 하고, 어떻게 행동할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돕는 것.

이것이 단정한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하는 영적 돌봄의 역할이다.
단정한 죽음이란, 두려운 마음과 아픈 몸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서 지금 할 수 있는 행동을
천천히 찾아가는 것이다.

9-이 책은 죽음을 앞둔 사람에 한정되지 않는다.
두려움과 절망감에 압도되고
위태로운 순간에 막막한 이들에게

고통을 덜어주고 다시 호흡을 돌려
우리의 가능성을 바라볼 수 있도록,
삶을 온전히 살아내는 법을 가르쳐준다.
그래서 단정한 죽음은 단정한 삶이기도 하다.
오래 간직하며 가끔씩 펼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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