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한 책들의 문화사
고영란 지음, 윤인로 옮김 / 푸른역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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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출신으로 도쿄에서 30여 년째 생활하고 있는 고영란(니혼대 국문학과) 교수의 저서 <불량한 책들의 문화사>는 식민지 조선과 일본 제국주의 시대의 출판 문화를 심층적으로 탐구한 연구서이다. 이 책은 검열, 번역, 도서관, 출판 전략 등 식민지 시대 지식인과 독자들의 저항과 대응을 조명한다. 역사와 출판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어 추천한다.

 

1프롤레타리아

proletariat의 번역 과정을 통해 언어 선택이 지닌 정치적 함의를 보여준다.

<공산당 선언>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무산자프롤레타리아가 아니라 평민으로 번역하였으며, 이렇게 처음 번역한 사카이는 평민을 택한 경위에 대해

번역어들 가운데 오늘날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신사(紳士)’평민이라는 낱말인데, 그 말들의 언어는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이다. ‘평민은 당시의 평민사, <<평민신문>>을 생각할 때 그 느낌이 잘 살아 있는 번역어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당시 내겐 평민만으로는 부족했고, 이 때문에 다른 데서는 평민, 즉 근대 노동계급이라 쓰기도 했었다.”라고 회고하였다.(p. 34)

 

2도서관

191992일 조선 총독에 취임한 사이토 마코토는 조선어 미디어를 금지했던 시책 때문에 조선인의 동향을 파악하지 못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3·1 운동이 초래되었다고 보면서 문화 정치로 전환한 이유를 설명하며 총독에 취임한 이틀 뒤, 신문지법에 의해 금지되고 있던 조선인의 신문·잡지 미디어를 허가할 것임을 명확히 하였다. 이외에도 도서관이 제국의 아카이브로 작동하며 어떤 언어와 사람을 포섭하거나 배제했는지를 다루고 있다.


3불령선인

영화 <박열>로 잘 알려진 가네코 후미코와 박열이 조선인을 비하하는 용어인 불령선인(후테이센진)’이라는 차별적 표현을 풍자와 패러디로 되받아치며 저항한 사례를 제시하며 패러디와 저항의 언어로 표현하였다.

 

4검열

조선인 사회주의자들은 일본 본토에서 책을 출판한 뒤, 검열을 피해 한반도로 반입하는 전략을 구사하였다. 이는 제국의 검열 제도를 역이용한 지식인의 대응 방식으로 소개된다.

 

8전쟁

일본 미디어가 한국전쟁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과거 제국 체제를 재생시키는 방식으로 정보를 왜곡한 점을 분석한다. 스스로를 중립적 평화 국가 일본으로 포장하는 자기 이미지 전략을 비판적으로 고찰한다.

 

종합적으로 이 책은 식민지와 제국의 관계 속에서 책이 단순한 지식 전달 매체가 아니라, 권력과 저항, 기억과 망각의 장치였음을 보여준다. 번역어 선택부터 도서관 운영, 검열 회피 전략, 그리고 전쟁 보도에 이르기까지, 책은 언제나 권력과 맞닿아 있었고, 그 속에서 지식인들은 저항과 협상의 공간을 만들어 갔다. 뒤로 갈수록 주제가 조금 어려워져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알면 좋은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한 번 도전하여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본 리뷰는 해냄에듀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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