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트 심벌 1
댄 브라운 지음, 안종설 옮김 / 문학수첩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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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다빈치 코드>의 작가 댄 브라운이 6년 만에 펴낸 소설『로스트 심벌』.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를 중심으로 도시 곳곳에 숨겨진 비밀 결사조직 '프리메이슨'의 비밀을 파헤치는 12시간의 숨 가쁜 추격전을 그리고 있다. 작가의 분신과도 같은 주인공 로버트 랭던이 이번 작품에도 등장하여, 여러 상징과 단서를 좇아 워싱턴의 곳곳을 누빈다.

하버드대학의 기호학자 로버트 랭던은 피터 솔로몬으로부터 미국 국회의사당에서의 저녁 강연을 요청받는다. 하지만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잔인하게 잘린 피터의 손이 의사당 건물 한복판에서 발견된다. 피터를 납치한 악당 말라크는 랭던에게 그를 구하고 싶으면 오래전 잃어버린 지혜의 비밀 세계로 가는 고대의 비밀 암호를 풀 것을 요구한다.

랭던은 피터를 구하기 위해 말라크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그가 놓아둔 단서를 따라가며 모험을 시작한다. 한편, 노에틱사이언스의 최고 권위자인 캐서린은 오빠 피터의 행방을 찾아 랭던의 모험에 합류한다. 두 사람은 말라크의 치밀한 음모와 계략에 맞서고, 그 속에서 프리메이슨의 세계와 숨겨진 역사가 드러나는데….


댄 브라운의 신작 소설, 운좋게 리뷰단을 통해 읽을 기회를 얻었다. 첫페이지부터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이미 유명해진 전작들와 영화를 통해 익숙한 로버트 랭던의 얼굴이 톰 행크스의 육신을 빌어 연상작용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영화화된 전력이 있어서일까, 모든 챕터가 영화의 씬을 이루듯 모든 것이 비주얼로 떠오르고 매 장면전환까지 머릿속에 생생하게 그려질 정도다. 그러면서도 놓치지 않는 건 주인공들이 겪는 정신적 혼란과 육체적 고통에 대한 묘사, 그리고 역시 댄 브라운의 전매특허인 실제 역사와 허구의 재구성을 통한 미스테리를 엮어나가는 기법이다.

<천사와 악마>에서 바티칸 교황청을, <다빈치 코드>에서 파리 루브르 박물관을 무대로 삼아 미술과 종교, 과학에 대해 논했던 그의 시선이 이제 워싱턴 D.C.의 국회의사당을 누빈다. 그리고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로 일컬어졌던 이들이 몸담았던 프리메이슨이라는 신비주의 단체가 곳곳에 숨겨놓은 상징과 암호를 해독하기 위해 로버트 랭던이 또다시 투입된다. 사실 프리메이슨이라는 비밀결사대 성격의 단체는 댄 브라운이 이미 그 정체를 파헤쳤던 일루미나티와 오푸스데이의 명맥을 잇는 또 하나의 키워드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신비주의나 음모론, 종교 간 갈등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기 때문에 그 단체들의 실존 여부나 현재 잔존해 있는 세력에 대한 관심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하나의 일관된 슬로건을 가지고 소설을 계속 써내고 있다는 사실 자체에는 굉장한 흥미가 느껴졌는데 예를 들자면 인간의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영역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끊임없은 호기심과 탐구본능, 그리고 그것이 일반인들이 일상을 영위해 가는 데에 미칠 수 있는 가공할 만한 파괴력에 관한 상상 등과 같은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수많은 연결고리와 반목요소를 동시에 갖고 있는 동시대 학문들이 서로 충돌하는 지점을 확대하여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가 들고 있는 돋보기의 이름은 바로 '지적 호기심'이다.

이번 소설에 등장하는 과학의 축은 캐서린 솔로몬이라는 노에틱사이언스 과학자의 연구로 표현된다. 노에틱사이언스(Noetic Science, 지력과학)은 인간의 집중된 정신이 세상을 구성하는 물질계에 실제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정이 뒷받침되는 과학이다. 과학의 한 분야로 여겨지지만 쉽게 생각하자면 어느 종교단체의 교주가 환자의 몸 속에 퍼져 있는 암세포를 손 하나 까딱 안 하고 치료한다든가, 앉은뱅이를 일으킨다든가 하는 사례가 바로 노에틱사이언스라는 것이다. 예수가 행했던 오병이어의 기적과 같은 것이 과학적으로 증명될 수 있다면, 그게 정말 가능한 일이라면 세계는 얼마나 충격에 빠지게 될 것인가. 이러한 인간의 마음이 일으킬 수 있는 힘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인간이 그 능력을 발견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그룹도 존재한다. 엄청난 영향을 일으킬 수 있는 힘이 누구에 의해 쓰여지느냐에 따라 인류의 역사가 뒤집어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서다. 인간은 그 존재 자체로 신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을 모든 인간이 알게 된다면 그것이 반드시 좋은 일에만 쓰일 것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프리메이슨과 같은 소수 집단이 인류의 능력과 지혜를 아무나 발굴해 내지 못하도록 꽁꽁 싸매서 감추고 그 비밀을 밝혀낼 자격이 있는 사람들만 알아볼 수 있도록 상징과 암호로 도배를 해버린 것이다.

댄 브라운의 소설이 내내 보여주는 것은 인류를 뒤흔들 수 있는 가공할 만한 고대의 수수께끼가 어떤 식으로 감춰지고 교묘하게 드러나고 있는지에 대한 분석과 추적에 대한 과정이다. 그 비밀이 하나씩 파헤쳐 지고 로버트 랭던이 진실을 향해 한발짝씩 다가가는 과정 자체가 소설을 이끌어 나가는 서스펜스의 힘이 된다. 해당 분야에 관한 엄청난 양의 연구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했을 그의 소설을 읽으면서 어지간한 독자가 아니라면 진실과 허구를 잘 구분하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나처럼;;) 하지만 책을 읽고 나서 느끼는 점은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우리가 알지 못하는 세계를 불신하거나 비난하기 전에 열려있는 가능성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다고 믿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 자체가 가지고 있는 능력의 힘을 믿고 그것을 닦고 키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 능력이 온당한 곳에 쓰일 수 있도록 다같이 힘을 합쳐 노력해야 한다는 것. 이것이 그의 최종 메시지가 아닐까. 지나치게 단순화시킨 감이 있긴 하다만.

조만간 또 하나의 고대 유물 미스테리를 소재로 한 블록버스터가 탄생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 주인공은 당연히 톰 행크스일 것이고. 워싱턴 D.C.의 수많은 건물과 유적들을 비추며 그 안을 헤집고 도심을 질주하기도 할테지. 그리고 감독과 배우들의 전세계를 대상으로 한 영화 홍보 일정이 끝난 후 영화가 개봉을 하게 되는 날, 마치 처음부터 짜여져 있는 각본처럼 나는 극장에 가게 될 것 같다.


 

소설 속 수수께끼의 중심 배경인 미국 국회의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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