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브라이슨 발칙한 영어 산책 - 엉뚱하고 발랄한 미국의 거의 모든 역사
빌 브라이슨 지음, 정경옥 옮김 / 살림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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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작가 빌 브라이슨이 이번에도 놀라운 책을 가지고 나왔다. 특유의 재치와 입담으로 현존하는 가장 유머러스한 작가로서 인정받아 온 그가 이번에는 영어를 둘러싼 미국의 역사를 종횡무진 누빈다. 미국인조차 잘못 알고 있는 역사 상식, 일반인들이 잘 알지 못하는 영어 표현의 유래, 역사의 뒤안길에 묻힌 보석 같은 이야기들은 읽는 즐거움이 무엇인지를 새삼 실감나게 한다.

이 책은 미국 영어에 대한 진지한 탐험이자 미국에서 만들어진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영국과 결별한 미국이 어떻게 초강대국의 기틀을 만들었는지, 최초의 발명과 아이디어가 인류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새로운 문화와 조우한 지구의 충격이 어떠했는지가 근 1,000년이 넘는 미국의 역사와 함께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사실 지은이의 이름은 꽤 오래 전부터 낯에 익어 있었다. 글 깨좀 읽거나 좀 쓴다 하는 사람들이 모두 다 추천하는 책들 '빌 브라이슨' 시리즈의 저자. 게다가 익살스러운 표정의 그의 캐리커처가 크게 박혀 있는 책의 표지를 보고서 나도 모르게 뭐에 홀린 듯 리뷰를 신청하고 말았다. 그리고 책을 받고 솔직히 다소 난감해 할 수 밖에 없었다. 무려 6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만만치 않은 분량의 책임을 알고 당황했던 거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곧 빠져들게 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박학다식+달변+유머러스한 글쓴이 특유의 문체 때문에 책장은 상상 이상으로 술술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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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은이: 빌 브라이슨

[더 타임스]로부터 '현존하는 가장 유머러스한 작가'라는 평을 듣는 그는 1951년 아이오와 디모인에서 태어났다. 1973년 떠난 영국 여행에서 아내를 만나 그곳에 정착하기로 결심한다. 그 이후 영국에 거주하면서 수년간 [더 타임스]와 [인디펜던트]를 비롯한 수많은 신문에 글을 기고하며 기자 겸 여행작가로 활동한다. 1995년 가족들과 함께 다시 미국의 뉴햄프셔 하노버로 이주한 이후 왕성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뉴욕타임스]에서 3년 연속 베스트셀러에 오른 [나를 부르는 숲]을 비롯해 방대한 양의 과학 지식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쓴 교양 과학서 [거의 모든 것의 역사], 유럽의 여행담을 유쾌하게 쓴 [발칙한 유럽 산책], 흔히 잘못 쓰이는 단어와 문법의 용례를 기록한 [브라이슨의 성가신 단어 사전(Bryson’s Dictionary of Troublesome Words)] 등이 있다. 여러 책에서 다방면에 걸친 지식과 특유의 유머러스한 입담을 자랑하는 그는 출간하는 책마다 무수한 화제를 뿌리며 많은 독자들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책에는 특별한 스토리가 없다. 오늘날의 미국이 만들어지는 데 크든 작든 공헌을 한 사람들이 모두 이 책의 주인공으로 등장할 뿐이다. 하지만 고등학교 시절 선택과목으로 세계사를 공부했던 사람이라 할지라도 이 책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이야기는 아마 처음 들어보는 것일게다. 교과서에 실리지 않을만한 다소 구린 미국 역사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책은 메이플라워호가 미국 땅에 닿던 그 순간부터 발생한 역사의 기록상의 오류를 밝히는 것으로 시작한다. 콜럼버스가 미국을 처음 발견한 게 아니라는 사실 정도는 독자 대부분이 알고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미국 곳곳에 둥지를 틀었던 전세계 각국의 이민자들이 어떠한 사연을 안고 미국 땅을 밟게 되었는지 그 과정에서 새로 유입된 낱말들이 어떻게 살아남고 또는 소멸되었는지, 그 유래와 어원을 샅샅이 뒤져 밝혀내는 그의 자료 수집과 분석 능력을 접하다 보면 혀가 내둘러질 것이다. 그의 책은 크게 보면 영어를 말하고 있지만 오늘날 영어를 만드는 데 일조한 전세계 소수민족 1인까지 등장시켜 그 기원을 기록하고 있다. 중간중간에 정리되어 나오는 일종의 단어장(물론 외울 필요는 전혀 없는 종류의 단어장이다)을 보다 보면 우리가 흔히 쓰거나 별 생각없이 외웠던 단어, 관용어구에 벼라별 사연이 다 녹아들어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빌 브라이슨이 주워 모은 영어의 모든 것은 곧 오늘날의 세계 최강국 미국을 세운 사람들의 세계관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또한 이 책을 읽으며 영어에 대한 호기심과 흥미도 더불어 생겨나는 걸 발견할 수 있었.

물론 이 책의 내용들이 전부 검증된 것인지 나로서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수많은 인용과 참고문헌 자료를 보고 감탄할 뿐. 시간이 나는대로 그의 다른 저작들을 모두 읽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언어를 해부하여 사회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지도를 제공해 줄 수 있는 멋진 항해사를 만난 기분으로.



 

손 안 대고 코 푼 아메리고 베스푸치

언어의 불멸성을 따져볼 때 이름뿐인 이탈리아 태생의 사업가 아메리고 베스푸치만큼 손도 안 대고 실컷 코를 푼 사람도 없을 것이다. 아무리 우연과 실수가 개입되었다지만 어떻게 두 개의 대륙에 그의 이름이 붙을 수 있었을까? 1504∼1505년에 무명작가가 쓴 편지가 『신세계』라는 제목으로 엮여 피렌체에 퍼지기 시작했는데 여기에 아메리고 베스푸치가 항해선의 선장일 뿐만 아니라 신세계를 발견했다고 적혀 있다. 실수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프톨레마이오스 지도의 개정판 작업을 하던 프랑스 동부 작은 대학의 마르틴 발트제뮬러 교수는 조사 과정에서 우연히 피렌체 지역에 퍼진 편지를 발견하고 베스푸치의 탐험에 관한 그럴싸한 내용에 감명을 받아 신대륙에 그의 이름을 붙였다.

(메이플라워호의 도착과 그 이전 역사 / pp.3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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