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요일의 카페 - 커피홀릭 M의 카페 라이프
이명석 지음 / 효형출판 / 200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커피나 와인, 요리 등 요식업이나 먹는 취미와 관련된 서적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또 카페 뿐 아니라 도시 곳곳의 작은 공간을 탐방하며 아기자기한 구도와 소품을 즐비하게 나열해 놓은 도시 만보객들을 위한 책들도 엄청 쏟아져 나와 있다. 언제나 두껍고 성찰을 요구하는 책들과 씨름을 해야 하는 내게 솔직히 그런 몇몇 가벼운 책들은 배부르고 팔자 좋은 자들을 위한, 어찌 보면 잡지와도 같은 일회성 정보들을 모아 놓은 책들로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과연 진정한 커피 맛이란 무엇인가!'라는 궁금증에 대한 갈망과 어느 동네엘 가더라도 예쁘고 가볼만한 카페를 찾아 다니게 되는 경험이 조금씩 축적되면서 <모든 요일의 카페>라는 책 제목과 이명석이라는 저자에 대한 호기심은 여느 책과 다른 느낌을 주었다.




이명석 - 만화평론가.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이매진> 기자, 웹진 <스폰지> 편집장을 지냈으며, 지은 책으로 <이명석의 유쾌한 일본만화 편력기>, <만화, 쾌락의 급소 찾기> 등이 있다. 만화, 영화, 퓨처트렌드 등 다채로운 분야를 넘나들며, '100개 장르, 1,000개 매체 기고'가 머지않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화평론가 '박사'와 함께 복합문화 프로젝트 사탕발림www.sugarspray.com을 운영하며 독특한 감성을 지닌 수많은 젊은이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으며, 공저로 <고양이라서 다행이야>가 있다.

예쁜 멋집, 맛집을 소개하는 다른 책들을 유심히 본 적이 없어서 비교 자체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 책을 본 느낌만을 적어야겠다. 저자 이명석은 원래 만화 관련 글을 많이 기고하는 작가로 알고 있었는데 이 책에서 갑자기 자신을 스스로 '카페 정키'라 소개하니 왠지 간사하단 느낌이 들었달까. 다른 분야의 일만 하기에도 바쁘실 텐데 카페 관련 책을 쓰면 쓰는 거지 거창하게 카페 전문가로 자신을 포장하다니..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 하지만 책에서 소개되는 그분의 커피 사랑, 아니 카페 사랑?은 그야말로 커피처럼 진하고 향기로웠다. 좀 진부한 표현이긴 하지만 정말 어떤 대상에 몰두하는 것에서 느끼는 행복감과 즐거움을 넘어서 그것을 탐구하고 연구하여 자신의 논리를 만들어내는 경지에 이른 진정한 '오덕후'로서의 면모를 뽐내셨던 것이다.

서울 뿐만 아니라 전국을 커버하는 카페 탐방 전력, 그 뿐이랴 세계 이곳저곳에서 경험한 카페와 커피 공장 등등에 얽힌 일화를 읽다 보면 이 분 과연 몸이 몇 개인가, 그리고 뇌는 몇 개인가 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된다. <신의 물방울>이나 <식객>에서 보았던 미각의 느낌을 표현하는 (손발의 오그라들 정도의) 온갖 미사여구가 부럽지 않은 커피맛의 묘사 법에서는 만화를 통해 다져진 그 분의 센스가 느껴진다. 또  재밌는 건 카페 안팎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이 연구대상으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인테리어가 예쁜 카페를 찾아다니는 것이 카페 투어의 초보 단계라면 카페의 지정학적(!) 위치는 어떤가, 카페 주인이 커피에 대해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가, 메뉴판 디자인은 어떤가, 주로 어떤 손님들이 오는가, 어디에서 커피콩을 들여오며 어떤 방식, 어떤 기계를 사용하여 가는가, 커피를 어느 잔에 내 오는가, 그에 따라 맛이 어떻게 다른가, 종업원들의 서비스는 어떤가, 매장에 어떤 음악이 흐르는가, 탁자와 테이블의 재질은 무엇인가, 쿠폰은 어떻게 생겼나, 초콜릿과 우유, 와플 등 커피와 곁들여 먹을 수 있는 메뉴는 어떤 게 좋은가 등등... 카페를 둘러싼 온갖 것들에 대한 실험과 관찰이 이루어진다. 더불어 커피와 카페문화에 관련된 여러 가지 역사적 가설과 나라별 특징, 메뉴별 내력에 대한 토막글들도 나의 온 세포에 커피콩으로 꽉꽉 채워지게 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에스프레소는 기차처럼 달려와 뜨거운 키스를 퍼붓고 달아난다.

-119쪽.

모 캔커피 : 가격이 쌌다. 그럴 만했다. 밋밋하고 무슨 맛인지 알 수 없는 독특한 액체였다. 삼돌이가 마님에게 내쳐진 뒤 꽃분이를 찾아왔다가 가마솥 뒤에서 발견한 일주일 된 숭늉을 들이켰을 때의 맛이랄까?

-158~159쪽.

 

 원문 보기 : http://shinsee.tistory.com/8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