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의 고독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4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조구호 옮김 / 민음사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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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세 아르까디오가 침실문을 닫자마자 권총 소리가 집 안을 진동했다. 한 줄기 피가 문 밑으로 새어나와, 거실을 가로질러 거리로 나가, 울퉁불퉁한 보도를 통해 계속해서 똑바로 가서, 계단을 내려가고, 난간으로 올라가, 터키인들의 거리를 통해 뻗어나가다, 어느 길모퉁이에서 오른쪽으로 돌았다가, 다른 길모퉁이에서 왼쪽으로 돌아, 부엔디아 가문의 집 앞에서 직각으로 방향을 틀어 닫힌 문 밑으로 들어가서, 양탄자를 적시지 않으려고 벽을 타고 응접실을 건너, 계속해서 다른 거실을 건너고, 식당에 있던 식탁을 피하기 위해 넓게 우회해서 베고니아가 있는 복도를 통과해 나아가다, 아우렐리아노 호세에게 산수를 가르치고 있던 아마란따의 의자 밑을 들키지 않고 지나, 곡식창고 안으로 들어갔다가 우르술라가 빵을 만들려고 달걀 서른여섯 개를 깨뜨릴 준비를 하고 있던 부엌에 나타났다.
 
   


 위의 문단은 단 두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끊어질듯 끊어질듯 하면서도 끊임없이 이어져 나가
한 문장 안에서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 내는,
이것이 바로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 년의 고독>의 문장의 가장 큰 특징이자 매력이다.

정말 오랫동안, 마치 백년동안 읽었던 책.
이건 마치 성석제 소설의 비극과도 같이
한바탕 유희와도 같은 '신명나는' 죽음의 노래와 같은 것이었다.
발칙하고 부질없으면서도 피식 웃어버릴 수 있는 옛날 이야기 같고
페넬로페의 수의처럼
아마란따가 수의를 짓고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이 황금물고기를 빚는,
신화와 우화의 지혜와 어리석음의 뒤섞임이 대대로 반복되는
라틴 아메리카의 성찰이 담긴 네버엔딩 스토리.

신선하다.
또 하나의 '유토피아'를 발견했다.
비극이지만, 분명 폭발적인 생명력이 꿈틀대는,
그래서 징그럽기도 하지만 경이로운 세계.

그리고 페이퍼에도 쓴 적이 있는 '나선형'에 대한 언급 부분에서는
전율을 느꼈다! 



   
  <백년의 고독> : 삶과 문학에 대한 진정한 화두

<백년의 고독>은 라틴아메리카의 창세기이며 묵시록이다.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이 작품을 통해 가장 라틴아메리카적인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더욱 넓고 깊게 바라봄으로써 라틴아메리카 현실에 의미를 부여하고, 초월적 지역주의, 다시 말하면, 좁게는 콜롬비아 넓게는 라틴아메리카라는 특정한 지역에 뿌리를 박고 있으면서도 보편성을 추구하는 라틴아메리카 문학을 세계에 알리고 있다. 즉 <백년의 고독>은 '우리의 현실을 타인의 방식으로 해석하는 행위는 갈수록 우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갈수록 우리를 덜 자유스럽게 하며, 갈수록 고독하게 만드는 데 이바지할 뿐'인 상황하에서 '삶의 새롭고 활짝 개인 개인 유토피아이며, 아무도 타인을 위해 심지어는 어떻게 죽어야 한다고까지 결정을 내릴 수 없는 곳이며, 정말로 사랑이 확실하고 행복이 가능한 곳이고, 백년의 고독을 선고받은 가족들이 마침내, 그리고 영원히 이 지구상에 새로운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곳'인 진정한 유토피아를 창조하는 작업을 실행하기에 늦지 않았다고 믿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 결과물, 즉 라틴아메리카의 고독을 타파하기 위한 지난한 시도인 것이다.

 - 조구호 역자 후기 -
 
   

 


역시 역자의 글 늘이는 솜씨도 만만치 않다.
즐겁다.
이런 '표준'을 벗어나는 시도.

흠, 내 소감 한 마디는
'섹시한 소설'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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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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