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 주의 : 드라마를 아직 끝까지 안 봤으며, 긴장감을 잃고 싶지 않은 분이라면 이 글을 읽지 않기를 권합니다.

 다소 긴 여정이었지만 어찌됐건 시즌 4를 끝으로 그들의 모험은 무사히 종결되었다. 아..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감을 결코 놓을 수 없게 만든 드라마. 하지만 가만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 몇몇 드라마 버금가는 막장드라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드라마 첫회에서 마이클 스코필드가 형을 구하기 위해 감옥에 일부러 수감되어 폭스리버에 들어갔을 때만 해도 이 드라마가 중국과 인도 사이에 전쟁까지 일으키려 했을 줄 그 누가 상상할 수 있었을까.

드라마 전반을 맴도는 '친자+가족 콤플렉스' 기운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시즌 4에서는 그간 죽은 줄 알았던 인물들이 하나둘씩 살아돌아오더니(새라, 크리스티나, 켈러맨 등등) 수많은 관계 속에서 적인지 아군 간에서 쉼없이 로테이션을 반복하고 엄마와 아들이 서로 총을 겨누질 않나 다양한 유형의 패륜이 판을 치고 살인과 성희롱, 배신과 음모, 자해와 공갈, 탈취, 폭탄제조, 마약, 자살, 권력욕, 혼전임신(!), 공무원 사칭 사기 등 그 종류도 버라이어티한 유해 요소들이 등장하더니만, 시즌 1부터 갖은 고생을 하며 팀을 이끌었던 정신적 지주였던 주인공, 마이클 스코필드는 결국 불치병으로 죽고 말았다.




왜 그들이 행복해 지도록 놓아두지 않은거야!


영리하며 정의롭고 용감하고 민주적이고 인간적이고 형제간 우애가 깊으며 한 여자를 진심으로 사랑할 줄 알았던 마이클 스코필드는 지금까지 보아온 영화나 드라마를 통틀어 가장 완벽한 남성상을 구현한 캐릭터로 손꼽힐 만 하다. 총도 여러 번 맞았던 것 같고, 병이 악화되어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했지만 구사일생으로 살아났고, 또 폐쇄된 공간에 갇히긴 왜 그리 자주 잘 갇히는지... 그래도 역시 번번히 뛰어난 기지를 발휘해 살아났던 석호필. 하지만 그도 '코피' 앞에서는 무너졌다.;;

그의 죽음은 거의 순교 수준으로 승화되었다. 그의 덕분으로 자유를 되찾은 인생들이 모두 모여 추모하고 자신을 꼭 닮은 아이를 분신으로 남겨 놓았으며 세계평화를(!!) 지켜내었다.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누구보다도 그가 평화로운 삶을 되찾길 바랐건만 역시 작가들과 대중들은 너무나 완벽한 주인공에게 역시 영원한 행복을 허락하지 않는 심리가 있는 듯.





이 드라마에는 많은 남자 캐릭터들이 나오지만 남자들 못지 않게 몇 안 되는 여성 인물들 역시 무시무시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레첸과 크리스티나가 마녀 같은 생명력과 탐욕으로 혀를 내두르게 하는 악마성을 지닌 존재들이었다면 그에 비해 새라는 지적이면서도 의리있고 순정적이고 인도주의적이며 작전시에는 대담한, 결국은 마이클과 동급을 이루는 완벽한 여성상을 보여줬다. 그야말로 완벽한 남녀의 결합이었건만 마지막 회에서 마이클과 새라가 여유롭게 해변가를 걸으며 행복감에 젖었던 것도 잠시, 마이클의 코피 한 줄기로 그들은 행복이 오래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을 직감한다. 그동안 단 하루도 계획을 세우지 않은 날이 없었으며, 그 모든 계획을 모두 성사시켰던 마이클이 단 하나 이루지 못한 계획은 새라와 함께 자신의 아이를 키우는 것이었다는!! (아.. 슬프다. 울어버렸다.;;) 하지만 우리나라 드라마의 고질적 병폐로 지적되는, 주인공이 죽어가는 모습을 생중계하며 울고불고 하는 신파적 요소들을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은 무척 인상깊다. 그래서 이 드라마가 엄청난 막장 코드로 도배가 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왠지 시크하고 세련된 듯한 착각을 하게 되는 것.



그가 남긴 위대한 유산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서로를 믿었기 때문에 살아남았다.


미국 작가 연합의 파업 때문에 애간장이 녹는 시기도 있긴 했지만 어쨌든 길고 긴 여정이 막을 내렸다. 석연치 않은 구석이 아직 많이 남아 있지만(옥상에서 총맞고 링컨네 팀에서 도태되었던 그레첸은 어떻게 되었나, UN이 실라를 옳은 용도로 사용한다는 보장이 어디 있나 등등, ..), 또 한편으론 국내 막장 드라마 못지 않게 한숨 푹푹 쉬며 '이런, 또야' 중얼거리면서도... 결과가 궁금해서 계속 지켜볼 수 밖에 없게 만들었던 대본의 힘은 정말 굉장하다. 시즌 후반부로 갈수록 조금씩 후덕해 지는 웬트워스 밀러를 보며 조금 안타깝기도... 더불어 <꽃보다 남자> 이후 이민호가 과연 어떤 후속작품으로 돌아올 것인가 하는 궁금증 못지 않게 <프리즌 브레이크> 이후 웬트워스 밀러가 과연 어떤 작품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인지 기대 반+걱정 반인 심정이라는.




대단원을 장식한 마지막 장면은 바로 마이클 스코필드의 '지(知)'의 상징, '종이오리'다.



왠지 그리워 질 것 같은 폭스리버 교도소 고공 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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