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속의 서울 - 한국문학이 스케치한 서울로의 산책 서울문화예술총서 2
김재관.장두식 지음 / 생각의나무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2007. 4. 20

'문학 속의 서울 (한국문학이 스케치한 서울로의 산책, 서울문화예술총서 02)'

김재관.장두식| 생각의나무| 2007.02.20

'서울'이 내게 어떤 의미를 가진 곳일까 생각해 본다.
대학에 들어가고 나서부터 매일 서울행 버스에 몸을 실으며
같은 길을 수없이 오고가는 동안
나의 고향 파주과 주요 업무(?) 터전인 서울에 대해 이런저건 감상을 많이 품었던 거 같기도 하다.
내가 나고 자란 고장과.. 어른이 되고 난 다음의 내 모든 꿈을 실현시켜주는(아직 멀었다만) 도시 서울.
보고 싶은 영화를 볼 수 있는 변변한 극장 하나 없는 촌동네를 떠나
결혼이라고 하고 하면 반드시 서울에서 살아야겠다고 굳건히 다짐을 하곤 했었지만
이제 내게 서울은 연민의 공간이 되어버렸다.
그 안에 몸을 우겨넣고 살아가고 있는 대다수의 피로한 군상들과 함께..
내가 서울에서 살고 있었다면,
매일 아침 터질 듯 붐비는 2호선을 타고, 어딜 가든 사람이 없는 곳이 없는 도심, 거리, 건물, 도로 등을 매일 바라보며
원래 사람이 살아가는 곳이 다 그렇게 생겼으려니...
하고 아주 어렸을 때부터 생각을 해 왔었더라면
내가 감히 일을 접고 이렇게 배뚜들기며 쉴 용기를 낼 수 있었을까.
난 서울에서의 삶이 전부가 아님을 알고,
알고 있다면 그 곳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진정 성공한 사람일 거라고
언젠가부터 생각하기 시작했다.
물론 내가 지금 파주에 있는 건 성공해서라기보단
일종의 도피, 혹은 부모님에게의 기생이라고 보는 게 맞겠지만.

그렇다면 문학 속에 나타난 서울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아니나 다를까.
'종이 울리네 꽃이 피네
새들의 노래 웃는 그 얼굴~'
이라고 노래하는 일부 대중가요의 가사를 빼고 나면
서울은 행복한 유토피아와 상당히 거리가 멀다.
정신없이 달리던 근대화 속에서 전셋집값 걱정에 허리가 휘는 아버지들의 한숨과 피땀으로 건물을 올리고 시골에서 상경한 언니들의 성(性)으로 그 노곤함을 씻어내던 곳.
지금은 퍽퍽하고 개별적이며 물욕적이고 가식적이고 안타깝고 피곤한 개인들이 등을 마주대고 위아래로 모여 사는 아파트로 가득찬 곳.
이렇게 변해버린 곳이 바로 우리의 수도 서울이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으나 역시 희망을 가지기엔 너무 메말라 버린 도시.
애정이 아닌 연민, 뭐라 설명하기 힘든 복합적인 감정이 든다.
이율배반적이게도 나도 책을 고르려면 광화문으로 가고
병원에라도 가려면 강남의 이름난 병원을 찾아가고
가끔 호사를 부리기 위해 서울에 있는 레스토랑에 일부러 갈 때도 있다.
그렇게라도 가면 서울에는 그래도 청계천이 흐르고 따뜻한 사람들이 군데군데 숨을 쉬고 있고 재미있는 볼거리, 놀거리가 넘쳐나지만
그 뿐.
이쪽에서 공사가 끝났다 싶으면 또 저 쪽을 죄 뜯어내고 있고
매연과 소음, 인파에 밀려다니다 보면 얼른 집에 가서 씻고 눕고 싶은 마음 뿐이다.
물론 내가 묘사할 수 있는 서울은 책에서도 거의 비중이 없는 2000년대의 서울의 모습에 불과하지만...

서울 뿐만 아니고 파리든 멕시코 시티든 어디든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이라면 뭐가 별 다를 게 있으랴마는.
우리 구보 씨의 공허한 발길을 붙잡아 둘 길 없는 우리의 서울은 왠지 슬프고 지쳐 보인다.
하지만 서울이 그만큼 한국과, 한국인의 고통받아온 역사를 닮아 있어서 더욱 측은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닐까.
과거의 우리를 보여주기 때문에 그리고 그 안에 미래의 우리가 있기 때문에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서로 다독이며 함께 나아가야만 하는 나이든 친구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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