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 아시아 영상문화 - 텔레비전과 스크린을 통해 아시아를 횡단하고 통과하기 그리고 넘어서기
김소영 엮음 / 현실문화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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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지역 대중문화의 생산 및 유통에 대한 고찰을 통해, 각 지역을 하나로 연결하고 통합하는 '문화지도'를 그린다. 엮고쓴 이 김소영 교수가 동료들과 함께 조직해 온, 아시아 영화 및 문화연구 관련 여러 국제 심포지엄의 결과물들과 새 기고문들을 엮어 펴냈다.

1장 '트랜스 아시아 영상문화'는 텔레비전 및 스크린 등의 영상문화에서 트랜스 아시아, 인터 아시아적 흐름을 포착해 개념화하고, 그것을 트랜스 아시아 대중문화 연구로 끌어올리려 의도로 씌어진 글들이다. 2장 '(트랜스) 아시아 시네마'는 동아시아의 내셔널 시네마와 아시아를 횡단하는 인터 아시아 시네마 그리고 자국과 아시아 지역, 또 국가와 지역을 넘어서는 트랜스 아시아 시네마에 대한 개념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3장 '(동)아시아 내셔널 시네마의 새로운 토픽들'은 동아시아 영화를 구성하는 중국.일본.한국의 내셔널 시네마에 대한 민족주의적.국족주의(國族主義)적 혹은 오리엔탈리즘적 접근을 지양한다. 또 어떻게 아시아 영화들이 민족국가를 넘어선 새로운 공동체를 상상하며 글로벌한 세계질서의 충격을 재현하면서, 동시에 그 힘들에 개입하고 과거 식민주의 역사를 재기술하는지를 묻는다.


거의 한달 동안 붙들고 읽은 책.
장장 607페이지에 달하는 육중한 무게감과 정보력을 자랑하는.
줄친 부분 워드로 옮기는 데에만 근 8시간 소요, 62페이지에 걸쳐 정리했다.
책에 수록된 총 18편의 논문 모두 오늘날 동아시아를 가로지르는 영상문화에 있어서의 이슈를 적절히 소화하는 내용으로
나의 최근 관심사와 잘 맞아 무척 흥미롭게 읽었다.
(논문 주제를 급 변경하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하기도.;;)

리뷰라기보다는 그냥 소감 정도가 되겠다.
사실 18편의 리뷰를 모두 포스팅해보려고 했으나 시도했으나 포기.; (그 무모한 시도의 증거는 미약하게나마 남아 있다.)
그냥 나 혼자 소화하기에도 벅찬 내용들.
여러 가지 문제의식들을 불러일으켜서 이후 더 찾아서 읽어봐야 할 책들이 늘어났다.
일본과 중국의 영화사에 대한 정보나
최근에 영상문화의 경계가 지워지는 과정에 대한 여러 각도에서의 조명과 학문적 접근들은
동아시아를 하나의 로컬로 통합하고 그 성격을 규정하고자 하는 시도들이
앞으로 한동안 지속될 것임을, 그 방향을 설정하는 문제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
동의하고 싶은 것은 동아시아를 단지 할리우드영화로 대표되는 세계화(미국화)에 맞서기 위한 경계짓기의 시도라기보다는
초-아시아 영화의 흐름 그 자체를 하나의 주 대상(오브제 a)으로 삼아 연구하고자 하는
자신감과 적극성이 요구된다는 점.
특히 미국에 못지 않게 중국과 일본이 각자 품고 있는 문화 영역에 있어서의 이상은 높기만 한데
한국은 여전히 영상문화에서마저 이도 저도 아닌 형국인 듯 하여 안타깝다.

역시 키워드는 '정체성'이다.
미국, 중국, 일본, 그 어디에도 포섭되거나 대항하지 않는 자주성과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담론 형성과 관심 확대만이 길이다.

책 전체의 주제와는 관계가 없지만 책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불끈했던 부분이 있어 인용해 본다.;;
후쿠자와 유키치가 1885년 저술한 <탈아론>이란 책의 일부로 얼 잭슨 주니어의 '새로운 상상의 공동체들: 현대 일본영화에서의 차이와 정체성'에 인용되어 있다. (책의 485쪽.)
이 글을 보면
반드시 극단적인 민족주의적 감정의 발로가 아니더라도
우리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립해야 할 필요는
정치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명백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은 아시아의 가장 동쪽 끝에 위치해 있다. 그러나 일본은 서양이 보여준 문명화라는 새로운 국면 덕에, 문화적으로는 아시아로부터 이미 완전히 떨어져 나왔다. 따라서 일본이 중국과 조선이라는 두 아시아 이웃의 짐을 지게 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세 나라가 모두 동아시아적 정치사상을 통해 형성되었음에도 거기에는 인종적, 유전적 혹은 교육적으로 정해진 중요한 차이가 있다. 중국인과 조선인은 서로 매우 닮았고 또 일본과는 매우 다르다. 중국인과 조선인은 어떤 발전의 가능성도 보여 주지 못했다.... 서양 문명화의 장점을 접해도 그 고대 전통에 대한 완강한 집착을 버리지 못했다. 교육은 여전히 공자나 맹자의 저작에 대한 기계적 반복을 의미한다...그들은 여전히 야만적 폭력성을 지니고 있다.

우리는 우리의 이웃들이 서양을 따라잡는 것을 기다리고 이쓸 수 없다.... 아시아에서 완전히 떨어져 나가서 문명화한 서양 국가들에 편입되는 것이 일본에게는 훨씬 낫다.

           
                                                                                 -후쿠자와 유키치  

                                                                                    <탈아론> (1885)




책의 순서 (밑줄은 개인적으로 선호)

1장: 트랜스 아시아 영상문화
1. 동아시아 대중문화의 개념화 -추아 벵후아
2. 전 지구적 프리즘: 트랜스 아시아 미디어 연구를 위해서 -이와부치 고이치
3. 욕망과 폭력으로서의 ‘아메리카’: 전후 일본과 냉전 중 아시아에서의 미국화 -요시미 순야
4. 자본의 분할 전략과 동아시아의 성: 쾌락/향유 기계의 선용은 가능한가 -하승우
5. 사랑했고 상실한: 트랜스 중국 스크린 문화에서 나타나는 성장기 소녀들의 동성 로맨스 -프랜 마틴
6. 알려지지 않은 또 다른 한류 붐: 재일 붐과 영화 《박치기》 -안민화
7. 《겨울연가》와 능동적 팬의 문화실천 -모리 요시타카

2장: (트랜스) 아시아 시네마
1. 민족적/국제적/초국적: 트랜스 아시아 영화의 개념과 영화비평에서의 문화정치학 -미츠히로 요시모토
2. 글로벌 시대의 지역 페미니스트 장의 탄생: 트랜스 시네마와 여성장 -김소영
3. ‘트랜스 아시아’ 영화(들)이라는 문제에 대하여 -헤마 라마샨드란
4. 퀴어 디아스포라/심리적 디아스포라: 왕자웨이의 공간과 세계 -데이비드 L. 엥
5. 스타의 횡단: 초국적 프레임에서 본 이소룡의 몸, 혹은 중화주의적 남성성 -크리스 베리
6. 지구를 둘러싸기: 세계 영화에서 《링》 리메이크하기 -데이비드 데서

3장: (동)아시아 ‘내셔널’ 시네마의 새로운 토픽들
1. 중국영화사의 영화시원 서술과 루쉰의 글쓰기 기원을 논함 -박병원
2. 중국 영화학을 둘레 짓기 위한 물음: 중국 영화학은 웨인 왕의 영화를 다룰 수 있는가 -임대근

3. 현대 일본영화에서의 차이와 정체성 -얼 잭슨 주니어
4. 일본 고전영화에서의 저항하는 여성들 -사이토 아야코
5. 한국영화를 통한 우회 -폴 윌먼






시도의 증거
2009/02/22 - [신씨는 공부중] - [후기] 추아 벵후아_동아시아 대중문화의 개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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