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절하고 아름답다. 아름답고 처절하다. 아름다울 만큼 처절하고처절할 만큼 아름답다.
올해 읽었던 책 속의 인물 중 가장 강렬한 인물은이 책의 에메렌츠가 될 것이다. 저명한 작가인 화자와 화자 부부의 집안일을 돌봐주는20세 연상의 여인 에메렌츠간의 20년에 걸친 애증의 대서사시. 사연 많은 인생을 살아온 반인텔리주의자 에메렌츠의 세상에는 빗자루질을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이렇게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었는데, 빗자루질을 하지 않는 사람은 그 어떤 짓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여겼다. 고집불통 에메렌츠는 오직 육체노동만이 신성하다고 여기는 독특한 인물이지만 화자와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며 죽는 날까지 그 독특한 성정으로 인해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그래서 더 강렬한 이야기들이 펼쳐지게 된다. 읽으면서 페이지가 줄어드는 게 아까운 책이었다. 번역가 김명남 선생님의 추천으로 읽었으며, 신형철 평론가님의 추천사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