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 주택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81
유은실 지음 / 비룡소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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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흡입력이 강한 소설입니다.

읽기 시작하고, 뒷 내용이 궁금해서 책을 손에서 내려놓을수가 없었어요.

(저녁 준비하느라 잠시 내려놓아야 했을때, 어찌나 짜증이 나던지....)

비룡소 블루픽션은 10~25세를 위한 시리즈로, 청소년 문학을 다루고 있습니다.

성인을 위한 소설이라해도 무방할 순례주택, 유은실 작가님의 필력에 한번 빠져보시길 바랍니다.


이 소설의 중심이 되는 인물은 순례 주택의 주인인 김순례 씨(75세)와 중학교 3학년인 오수림(16세)이다.

1층엔 상가와 주차장, 2층~4층은 주거공간, 옥상엔 공용공간으로 쓰는 옥탑이 있는 4층 건물의 주인은 바로 김순례씨이다.

사연없는 인물이 없는 순례주택.

그만큼의 사연만큼이나 입체적인 인물들이 살아 움직인다.


현재 가족이 살고있는 집은 수림이 외할아버지(故 박승갑) 소유로, 얹혀사는 딸 부부가 불편해서 집에서 나와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사시던 곳이 바로 순례주택 201호이다.

수림이가 태어나고, 엄마의 우울증으로 인해 언니와 수림이는 친가와 외가로 보내진다.

승갑씨와 사귀던 사이였던 순례씨는, 아이와 승갑씨의 사정을 알고 수림이를 맡아준다.

그렇게 수림이는 거북동 순례주택에서 자라게 되고, 자신의 가족보다 순례씨와 외할아버지를 더 가족으로 여기며 자라게 된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수림이와 가족들(언니).

다같이 모이더라도, 하나로 섞이지 못하며 살아가고 있다.


순례씨가 수림이에게 종신보험 서류가 있는 곳을 알려주는 부분에서, '설마 순례씨가 아픈가? 아니면 앞으로 아플 예정인가?'하며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불안해했던 부분.

순례씨와 수림이는 서류상으로 남남이지만, 가족보다 더 가족같은 사이이다.

서로 거짓이 없고, 숨기는게 없이 오롯이 수림이와 순례씨 그 자체로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관계인 것이다.

아파트가 아닌 빌라촌을 구분짓고(자신들의 힘으로 번 돈으로 산 아파트가 아니면서 말이다), 학벌과 직업을 구분지어 사람을 판단하며, 공부만 잘하면 다른건 못해도 된다는 사고방식까지.

수림이와 가족들은 통하는 부분이 없다.

그럴때마다 수림이가 가는 곳, 마음이 편안해 지는 곳이 순례주택이다.


수림이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태양광에 투자를 해서 사기를 당하고, 어마어마한 빚에 상속을 포기하고 집에서 나오게 된다.

수림이는 할아버지가 그동안 딸에게, 자신의 가족들에게 얼마나 힘들게 돈을 보내주었는지를 다 알게 된다.

차분하게 계산기 앱을 켜서 돈을 더하는 수림이의 모습에서, 왠지 더 큰 절망과 슬픔을 느껴진 건 왜일까.

수림이 엄마는 순례씨와 아버지가 사귀는 것부터 반대를 하고, 순례씨에게 나쁜 말을 하기도 했지만 다 품어주기로 한다.

박승갑씨가 돌아가시고 계속 비워두었던 순례주택 201호에 수림이네 가족을 받아주기로.


수림아, 어떤 사람이 어른인지 아니?

자기 힘으로 살아 보려고 애쓰는 사람이야.

집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어떻게 헤쳐나갈지 고민하고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했던 수림이와

가족들(누나, 부모님)만 믿고 자기연민에 빠져서 울기만 했던 다른 가족들의 모습이 비교된다.

가장 어리지만 어찌보면 가장 어른인 수림이의 모습이 기특하면서도 안쓰러웠다.


​가족들에게만 모지리로 불리던 오수림, 가족들 모두가 아파트가 아닌 빌라촌으로 이사오게되면서 수림이의 진짜 모습들을 보게된다.

정말 똑부러지고, 이전과 다르게 조금씩 속마음을 표현하는 수림이의 모습이 반가웠다.

다른 가족들은 집이 망해서, 더이상 아파트에 살지 못하는 게 너무 창피하다.

수림이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할아버지가 고생한걸 인정받지 못해서, 가족들과 순례주택에 들어가야하는게 창피하다.

수림이와 1군들은 섞일 수 없는 물과 기름같은 사고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나중에 어떻게 변하게 될까?

수림이에게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는 말을 계속 해주는 순례씨의 따듯한 사랑을 제대로 이해하는 수림이.


나도 순례자가 되고 싶다. 순례자가 되지 못하더라도, 내 인생에 관광객은 되고 싶지 않다.

무슨일이 있어도.

나는 내 인생에서 순례자인지 관광객인지를 고민하게 됐다.



수림이네 엄마에게 나쁜 감정이 있던 진하 엄마와 진하의 소소한 복수 때문에 웃음이 나기도 한다.


순례 씨, 있잖아. 나는 나중에 자식을 낳으면,

꼭 태어난게 기쁜 사람으로 키우고 싶어.

태어난 게 기쁘니까, 사람으로 사는 게 고마우니까, 찝찝하고 불안한 통쾌함 같은 거 불편해할 거야.

진짜 행복해지려고 할 거야. 지금 나처럼.

유은실 작가님이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닐까?

태어난 게 기쁜 사람이 되어달라고. 진짜 행복해지려고 노력하자고말이다.

여전히 가족들이 철이 들거나 순례씨가 말하는 어른이 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조금씩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수림이의 말을 수긍하는 가족들의 모습이 퍽 기껍다.

순례주택에 들어와서 창피하다던 철없는 어른이들이 따스한 공간과 사람들의 진심에서 점점 철든 어른으로 바뀌어가는 모습이 너무나 즐거웠던 순례주택.

더 시간이 흐른 후 이들의 이야기를 또 엿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를 담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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