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희의 그림책 보림 창작 그림책
배봉기 지음, 오승민 그림 / 보림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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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울었다. 보고 울었다. 책장을 덮고 나서 가슴이 먹먹해 하늘을 올려봤다. 대한민국의 많은 엄마 아빠, 엄마 아빠가 될 사람들이 반드시 읽고 보아야 할 책이다. 실제의 명희는 책 속의 명희보다 더 앞날이 암울할 것이고 한결 더 외로울 것이다.

우리에게 누구나 어린 시절이 있다는 것만큼 다행스럽고 평등한 일이 어디 있을까.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은 태어난 곳이 있고 돌아갈 곳이 있다. 그러나 그 축복의 시절인 어린시절이 어둠과 불행과 슬픔으로 담겨 있다면, 먼 훗날 어른이 된 후에 힘들고 괴로운 시절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성장한 아이야말로 어른이 된 후에 겪는 모든 아픔들을 감당할 수 있지 않을까. 어린시절은 인생 후기를 살게 해 줄 에너지를 축적하는 시기다. 책 속의 명희는 본인의 의지와 달리 그 아름다운 시기를 박탈당해 버렸다. 책을 읽는 동안 딸을 두고 나간 엄마와 삶의 의지 없이 무책임하게 살아가는 아빠에 대한 분노가 들끓었다. 우리 삶을 진정 힘들게 하는 것은 경제적인 빈곤이 아니라, 의지와 책임감의 빈곤이다. 이것은 비단 내 자신만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주변인들의 삶을 황폐하게 만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른으로서 최소한의 책임이랄까 부담이랄까 편하지 않은 마음을 느꼈다. 단지 내 아이를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사회에 있는 수많은 명희를 위해서라도 올바르고 건전한 어른으로 살아야 한다는 느낌.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어른 독자에게도 삶의 많은 깨달음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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