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로베리 나이트 히메카와 레이코 형사 시리즈 1
혼다 테쓰야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딸기'라고 하면 다들 '달콤함'이나 '상큼함'을 연상할 테지만 이 소설 '딸기의 밤'은 표지부터가 심상치 않다. 음산한 회색 바닥 위에서 핏물을 흘리는 딸기들. 붉은 치마를 입은 여자가 한 발짝만 내디디면 피곤죽으로 화할 듯 불안한 풍경이다. 표지 뒤에 쓰인 문구 역시 호기심과 불안감을 동시에 자극할 만치 살벌하다. 올해 초 방영한 드라마의 유명세까지 더해 여러 모로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 소설 《스트로베리 나이트》는 이렇듯 첫인상부터 강렬하다.

  잘 짜여진 구성, 개성 풍부한 인물들, 치밀한 취재가 받쳐 주는 듯한 실감 나는 사건 묘사, …… 여러 가지로 할 말이 많은 소설인데 첫 번째로 읽으면서 특히 주목한 점은 강인한 여성성이다. 소설에서도 가끔 보이고 만화나 영상 매체에서는 더 자주 보이는 강인한 여성의 전형은 어떠한가?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좋으면서 일/싸움도 잘하는 여자' 정도가 아니던가? 《스트로베리 나이트》에서는 이들과 차원이 다른 강인한 여성성을 보여 준다.

  사람들은 흔히 상대의 마음에 공감하는 능력을 여성적인 특질로 간주한다. 경찰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자질로 치부할지도 모르나(등장인물 중 1명도 이 점을 지적한다) 주인공은 이를 이용해 범죄 수사에서 놀라운 직감을 발휘한다. 여자라는 이유로 희생자가 되었지만(주인공이 당한 범죄에 대해 법률에서는 여성만을 피해자로 규정한다) 아픈 기억을 직시하고 경찰관의 길을 걸으려는 의지를 다진다.

  총 5장으로 이루어진 이 소설은 1-3장 앞부분에서 범인 중 1명의 과거 이력을 단편적으로 보여 준다. 이 인물과 레이코를 비교한다면 마음의 상처를 품은 이들이 자신의 상처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 주위 사람들은 이들에게 무엇을 해 주어야 할지도 생각해 볼 만하다. 작가가 나서서 억지로 독자들의 머리를 돌리지 않는데도 이 소설에는 병든 사회를 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아쉬운 점이라면 들여쓰기를 하지 않거나, 문장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줄이 바뀌거나, 그 밖에 띄어쓰기나 맞춤법이 틀린 부분이 자주 보인다. 애써 작정하고 찾지도 않았는데 50군데가 넘을 지경이면 심하지 않나? 히메카와 레이코 시리즈 후속편을 기대하는 독자로서 2권 이후에는 편집에 조금 더 공을 들여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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