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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빛 모자를 쓴 여자 ㅣ 고블 씬 북 시리즈
모래 지음 / 고블 / 2026년 4월
평점 :
나는 초록빛 모자를 쓰고 너에게 갔다. 너는 정체를 숨기고 사는 열아홉 살 고등학생이다. 아니, 너는 스무 살, 가족을 뒤로하고 집을 나선다. 아니, 너는 스물세 살 트랜스젠더인 사람, 트랜스젠더 바에서 일하고 있다. 너는 당차고 어여쁘고... 학대당하지만 너를 괴롭히는 사람들보다 더 씩씩하고 더 강인하고 더 선하다.
초록빛 모자를 쓴 여자는 알고 보면 바이라마다. 그것이 너이든 나이든 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이번에 새로 출간된 고블 씬 북 시리즈를 세 권째 읽고 있는데, 이번 소설 장르는 사회파 SF다. 도대체 어디까지 하실 건가요 고블 씬 북!!! 바이러스로 황폐화된 세상에 등장한 의문의 여인이라니, 디스토피아 SF를 좋아하는 나에겐 무척 흥미로운 시작이었다.
시작은 황폐해진 사막의 한 술집이었는데, 그것은 현재 시대의 '석희'가 읽고 있는 소설 속 장면이었다. 같은 고블 씬 북 시리즈로 묶여서 나왔으니, 비슷한 액자식 구성의 『우리가 우리에게 이야기를 들려준 이유는』과 비교를 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이번 작품은 이야기의 층위가 비교적 분명하게 나뉘어 있어 훨씬 읽기 편했다. 아마 내가 바이러스로 세상이 멸망하는 디스토피아물을 좋아해서 더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SF와 판타지의 요소를 이용해, 트랜스젠더를 향한 폭력과 외모·성별로 사람을 판단하는 사회에 대한 비판을 담아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심지어 그것들이 어떻게 이렇게 잘 어우러졌는지 읽고 나서도 신기할 따름이다.
외면이든 내면이든 자신과 다르면 쉽게 괴물이라 부르는, 약자들을 조롱하는 이 사회의 분위기를 제대로 보여주었고, 그런 세상 속에서 초록빛 모자를 쓴 여자는 두려움이 아니라 구원처럼 느껴지는 존재였다. 착취당하고 학대받는 자매들을 구원하러 나타난 그 여자로 인해 소설은 결국 연대와 구원의 이야기가 되었다.
보통 액자식 구성에서는 한 이야기가 다른 이야기의 배경이나 장치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소설은 두 이야기가 각자의 무게를 가지고 있었다. 소설 속의 소설인 『초록빛 모자를 쓴 여자』도, 그 소설을 읽고 있는 석희의 이야기도 따로 떼어놓고 봐도 충분히 재미있었다. 짧은 분량 안에 두 개의 이야기를 밀도 있게 담아냈다는 점도 좋았고, 그 안에 사회 비판의 메시지까지 자연스럽게 녹여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이번 시리즈 네 권 중 가장 취향에 맞는 작품이었다.
😀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