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숲속의 서커스 네오픽션 ON시리즈 38
강지영 지음 / 네오픽션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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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기다리고 있어요. 기적도 마법도 있으니까. 크허허허헙…. 정초과, 걱정 마. 덕후는 절대 죽지 않으니까. 왜냐하면, 우리한텐 다음 주에 나올 애니, 다음 분기에 출시될 신작이 기다리고 있거든. 크흡큽…… 반드시 지켜야 할 가족과 외장하드가 있단 말이야.”

킬러들의 쇼핑몰을 읽고 정말 빠져버린 강지영 작가의 신작이다.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여러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작가님의 좀비 아포칼립스라니! 기대를 할 수밖에 없었다. 워낙 장르소설 처돌이인 나는 다양한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 네오픽션 ON 시리즈를 좋아했다. 어쩌다 보니 오랜만에 읽게 되었는데, 역시 믿고 읽을 수 있는 시리즈였다.

나는 워낙 아포칼립스물을 좋아하는데, 그중에서도 좀비 아포칼립스를 특히 좋아해서 이런 장르의 소설, 드라마, 영화를 가리지 않고 보는 편인데 보통 이런 이야기들은 거의 비슷하게 흘러간다.

어느 날 어떤 바이러스로 인해 사람들이 좀비가 되고, 정부는 초반에 어쩔 줄 모르고 손 놓고 있다가 세상은 황폐화가 된다. 인류의 절반 이상이 좀비로 변하고 난 다음에야 정부는 수습을 시작한다. 감염자와 비감염자를 나누고, 그 과정에서도 어설프기 짝이 없게 비감염자도 감염자와 섞여서 살처분을 하거나....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분노해서 정부에 항의하다가 감염자로 몰려서 죽거나. 살아남은 몇몇의 사람들이 마을을 일구고, 거기서 또 지도자와 시민들이 싸우고 하는 이야기들.

하지만 이 소설은 달랐다.

세상을 구하러 나가는 것 같았던 ‘근대’는 코믹 페스티벌이 열리는 AT센터에 자신이 만든 애니메이션을 상영하기 위해 목숨을 걸었고, 초과는 딸을 위해, 숙영은 출산을 앞둔 딸을 위해 움직인다. 좀비가 앞을 가로막아도 멈출 수 없는 이유가 있는 사람들. 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좀비 아포칼립스임에도 불구하고, 초반의 ‘근대’를 보며 나 역시 가볍게 읽기 시작했다. (외장하드를 두고 죽을 수 없는 오타쿠의 마음을 어떻게 그렇게 잘 아시죠? 수상합니다.) 하지만 중반의 반전에서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가족 각자가 눈앞의 고난을 헤쳐나가고, 용감하게 좀비를 상대하는 모습들이 근대는 귀엽게 느껴지기도, 초과는 멋있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단연 최고였던 건 엄마 숙영의 모습이었다.

진통이 시작된 초희를 오토바이 뒤에 태우고, 삼 남매를 먹여살리기 위해 돌아다닌 길을 따라가며 경찰의 추격을 따돌리는 장면에서는 울컥했다. 어떤 극한 상황에서도 결국 엄마를 움직이게 하는 건 ‘자식’이라는 사실이 더욱 강하게 와닿았다.

익숙한 좀비 아포칼립스의 틀 위에 가족이라는 감정을 얹어, 끝까지 몰입하며 읽을 수 있는 이야기였다. 중간중간 웃음을 주는 장면들도 많아 지루할 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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