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소설, 한국을 말하다 소설, 한국을 말하다
성해나 외 지음 / 은행나무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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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놀랍네요. 총이 있는데 발사되지 않다니. 몽둥이를 쥐었는데 아무도 휘두르지 않았다니." - 『일어나지 않은 일 - 정용준』

19명의 작가가 모였다는 것만으로도 기대가 컸다. 소설가, 시인, 번역가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2026년 한국이라는 틀 안에서 각자의 주제로 짧은 소설을 써냈다니, 첫 소설 성해나 작가의 인공지능을 주제로 한 『유령』을 읽고 나서 '이렇게 짧은데 이 정도로 탄탄하다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대는 곧 감탄으로 바뀌었다.


모든 이야기와 주제가 고르게 인상적이었지만, 기억에 남는 소설 몇 편을 뽑자면, 『방콕 - 성혜령』, 『나중에 이기는 사람 - 윤성희』, 『다섯째 아이에게 - 문지혁』, 『에치치에게 경배를 - 이미상』, 『일어나지 않은 일 - 정용준』, 다섯 편이다.


도파민 중독을 주제로 한 성혜령 작가의 『방콕』은 여름휴가 때 여행을 가지 않고, 방에서 맥주와 함께 범죄 다큐멘터리에 빠져있는 영인의 이야기를 담았다. 워낙 짧은 이야기들이다 보니 조금만 이야기해도 스포가 될까 불안해서 더 말할 수는 없지만, 읽으면서 섬뜩하면서도 여운이 길었다. 읽고나서 '작가님! 조금만 더 주시면 안되나요?'를 외쳤다. 조금 더 길게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파민 중독이라는 주제를 정확히 집으면서, 스릴러 장르의 재미도 놓치지 않은 작품이라 제일 기억에 남는다.


문지혁 작가의 『다섯째 아이에게』는 불임을 주제로 했고, 불임이라고 하면 보통 당사자들 외엔 겪어보지 못할 고통일 수 있는데, 직접 겪어보지 않았는데도 그 고통이 또렷하게 느껴지게 써냈다는 점이 놀라웠다.


요즘 거의 표준어가 된 금쪽이를 주제로 한 이미상 작가의 『에치치에게 경배를』에서는 ADHD인 아이와 그 아이를 돌보는 할머니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ADHD인 아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웠지만, 아이를 할머니한테 떠밀고 돌보지 않는 부모와 황혼육아를 하고 있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여줘 진정한 금쪽이가 누구인가를 생각하게 했다.


19명의 작가가 참여한 만큼, 평소 좋아하던 작가도 눈에 띄었다. 그중에서도 윤성희 작가와 정용준 작가는 워낙 좋아했던 터라, 읽기 전부터 기대가 컸다.


역시 윤성희 작가의 『나중에 이기는 사람』은 작가 특유의 다정함으로 나이 듦을 그려냈는데, 언제나처럼 읽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소설이었다.


정용준 작가 특유의 담담함으로 계엄을 그린 『일어나지 않은 일』도 기억에 남는다. 저승을 배경으로 12.3계엄과 5.18을 함께 엮어낸 이야기인데, 저승사자들이 사망자를 기다렸지만 끝내 아무도 오지 않는 결말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담담한 문장 안에 그 안도감이 얼마나 크게 담겨 있는지, 읽고 나서도 한참 멍하니 있었다.


소개한 다섯 편 외에도, 효율, 갓생, 챗GPT, 입시, 전세사기 등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바로 곁에 있는 주제라 더 공감되고, 와닿았다. 다 읽고 나서도 나의 일상은 평소처럼 흘러간다. 뭔가를 느끼라고 밀어붙이는 책이 아니라, 그냥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더 오래 남는다.


이 책을 통해 한국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떠올려볼 수 있었고, 2027년의 한국은 어떤 이야기들로 만들어질지 기다려진다.


※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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