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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네 - 2025 일본 서점대상 1위 수상작
아베 아키코 지음, 이소담 옮김 / 은행나무 / 2026년 3월
평점 :
“티켓 활동은 두 시간 동안 가능한 만큼 집을 정리하고 대략 대여섯 가지 음식을 만들어요. 집은 청소해도 금방 지저분해지고 음식도 먹으면 사라지죠. 그래도 괜찮아요. 고작 이삼일 정도라도 평소보다 집이 지내기 편해지고, 애써 뭘 만들지 않아도 이미 맛있는 밥이 준비되어 있으니까. 그런 환경만 있다면 사람은 아주 조금이라도 회복할 수 있어요. 살아가기 위해 행동할 기력을 가질 수 있어요. 이게 카프네를 시작한 이유예요.” (103쪽)
이 책의 화자인 가오루코 역시 그랬다. 갑작스러운 남편의 이혼 요구, 그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더 갑작스러운 어린 동생의 죽음. 마음을 추스를 새도 없이 출퇴근을 반복하며, 겉으로만 멀쩡해 보이던 그녀의 상태를 가장 먼저 알아보고 다가간 건 세쓰나였다. 거창한 해결책이나 공허한 충고가 아닌, 가오루코의 집 냉장고에 있는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먹이며, 그녀를 다시 일으켜 세운다.
본인의 본모습을 본인조차 알지 못한 채로 사회적인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사람이 너무 많다. 좋은 게 좋은 거라며 힘든 모습도, 화나는 감정도, 슬픔도 숨긴다. 그러다 어느 순간 자신의 감정을 잊어버리고, 지쳐 있는지도 모른 채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떠올랐다.
부모님의 기대 속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만큼 스스로를 맞춰 살아야 했던 하루히코는 결국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모른 채 살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조금씩 자신을 갉아먹고 있다는 것조차 깨닫지 못한 채. 그리고 그와 닮은 사람들이 있다. 혼자 아이를 키우며 버티는 부모, 치매에 걸린 배우자를 돌보는 사람처럼, 어느 순간 자신이 얼마나 지쳐 있는지도 모른 채 살아가는 이들이다. 그런 사람들을 돕는 카프네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넘어 눈가가 뜨거워진다.
요즘 꽤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 소설을 읽기 전까지는. 소설 속 사람들을 위로하는 음식과, 그 음식과 함께하는 시간도 좋았지만, 내 감정을 알아봐 주는 사람 하나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더 크게 와닿았다. 어쩌면 나는, 내가 괜찮은 줄 알고 있었지만, 사실은 내 상태를 들여다볼 여유조차 없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나도 모르던 나를, 이 소설을 읽으면서야 알게 됐다. 그 모든 장면들을 보며, 모른 채 숨겨두었던 내 감정들을 울면서 깨끗이 씻어낼 수 있어 좋았다. 읽는 중에도, 읽고 난 뒤에도 힘들었지만, 이상하게도 후련해졌다.
아슬아슬한 시간을 버티며 애쓰고 있는 사람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이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지쳐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달리다 번아웃을 맞이한다. 그래서 지금, 괜찮은 줄 알고 버티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이 닿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