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A 그리고 좀비 - 제9회 ZA 문학 공모전 수상 작품집
배예람 외 지음 / 황금가지 / 2026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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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좀비는 의식이 없다며…… 그냥 과거에 하던 행동 양식을 습관처럼 하는 거라며…… 그, 그런데 왜 우는 건데……’ [그날, 동좀하초 재배실에서 - 담장]

표제작인 『엄마A 그리고 좀비 - 배예람』은 남산에 가서 구경도 하고 자물쇠도 다는 게 소원이라던 엄마, 그 소원을 무시했던 딸이 좀비가 되어버린 엄마를 데리고 남산으로 향하는 이야기다.

엄마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자란 딸에게 그 기대는 부담이었다. 결국 정신과를 다니게 된다. 엄마는 그 약을 보고도 모른 척 버렸고, 그런 일이 없었다는 듯 말도 꺼내지 않는다. 그 순간, 딸의 마음은 엄마에게서 확 멀어졌다. 그런 원망을 품고도 엄마를 가장 먼저 떠올리며 도착한 본가에는 이미 좀비가 된 엄마가 쓰러져 있다. 엄마가 세상에 없다는 슬픔을 온몸으로 느끼기도 전, 엄마가 생전에 버릇처럼 말했던 남산에 가기 위해 엄마 A를 가방에 욱여넣고 집을 나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왜 제목에 '엄마 A'가 들어가나 했더니, 좀비가 된 엄마의 시신을 A, B, C로 나누었다는 설정이 슬픈 장면인데도 웃음이 터져 나왔다. 작가님 이과세요?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기고 남산에 도착해서 자물쇠도 달고, 엄마 A를 남산 꼭대기에 앉혀놓은 딸은 그제야 엄마가 없다는 사실을 실감하며 펑펑 운다.

많은 딸들이 공감할 만한 현실 속 모녀의 애증을 좀비 아포칼립스 세계관에서 보여주었다는 점이 너무 신선했다. 배경이 배경이니만큼 엄마와 딸이 더 애틋해 보였고, 엄마에게 품은 원망뿐 아니라 서로를 향한 애증이 한층 돋보였다. 이제서야 엄마를 이해하고 받아들였는데 좀비가 가득한 세상이라니.

표제작만큼이나 나머지 세 작품도 기존 좀비물과는 다른 방향으로 좀비 세계를 풀어낸다.

좀비들이 쫓아오는 와중에 좀비가 된 엄마를 데리고 남산을 향해 걸어가거나, 좀비들을 피해 배를 타고 원래 내가 있던 곳으로 돌아가거나, 식귀와 좀비를 합쳐 새로운 괴물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좀비의 뼛속까지 이용하는 인간들의 잔혹함이 드러나기도 한다.


우리가 익히 상상해온 좀비 아포칼립스와는 다르다. 꽤 많이. 생각보다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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