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를 만들 수가 없어서요
강진아 지음 / 한끼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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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차리려고 습관처럼 볼 안쪽을 씹다가 차경은 불현듯 깨달았다. 아, 이제 자도 되는구나, 그렇구나,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득한 의식 너머로 희미하지만 강렬하게, 차경은 알지 못하는 존재에게 고마워했다. 한없는 그 마음에 눈물이 주르륵 흘려내렸고, 힘주어 들었던 눈꺼풀도 스르륵 내려갔다. 


처음엔 도희가 먼저 차경에게 위조지폐를 만들자고 접근했고, 그 돈이 실제 사용되고 욕심에 욕심을 더 해갈 때쯤 차경이 실수를 한다. “그때 그 매니큐어만 샀더라면…” 후회했을 땐 이미 너무 늦었고, 더 큰 사고가 터져버린다.

그 사건 이후, 우정이라 믿었던 차경과 도희의 관계는 순식간에 무너지고 만다.

도희는 유학을 떠났지만, 차경은 그 증거를 쥔 도희가 언제 자신에게 칼을 겨눌지 몰라 늘 SNS를 뒤져 도희의 흔적을 쫓는다. 이렇게 불안과 공포 속에서 살아가는 차경의 모습이 너무 생생하게 그려져서, 잘못을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나도 모르게 차경을 응원하게 된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차경은 더 나은 삶을 위해 악착같이 버틴다.

글로벌 그룹 ‘엔티’에 지원해, 어렵기로 소문난 1차와 2차 전형을 통과하고 마침내 3차 면접을 앞둔 시점.

그 중요한 순간, 다시 도희와 마주치다니. 도파민 어쩔 거야??

청담동 한복판에 가게까지 낼 정도로 모든 걸 다 가진 듯한 도희가, 여전히 오만 원권을 빌미로 차경을 옥죄려 한다니.

그래서일까, 표지 속 ‘똑 부러지는 어른’이 된 차경의 모습이 훨씬 더 멋져 보인다.

그런 차경의 모습이 좋아 보여도 되는 걸까? 읽는 동안은 숨 막히게 흥미진진하고, 덮고 나서는 왠지 모를 찝찝함과 서늘함이 스며든다.

전작 [mymy]도 정말 재미있게 읽었는데, 인간의 심연을 이렇게 생생하고도 몰입감 있게 그려내는 필력이란!


청소년 시절부터 하나씩 쌓여가는 서사는 말해 뭐해, 차경과 도희뿐 아니라 혜미, 원준 같은 단역까지 생생하게 살아 숨 쉰다. 특히 차경과 도희의 몸싸움 장면은 액션 영화를 방불케 했고, 군더더기 없는 문체 덕분에 단숨에 읽힌다. 요즘 같은 날씨에 읽기 딱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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