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꽃 - 무작정 꽃집에 들어선 남자의 좌충우돌 플로리스트 도전기
이윤철 지음 / 문학수첩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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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플로리스트가 되었느냐는 물음에 나는 진심을 담아 대답한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내 본의와 달리 자칫 성의 없고 무례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테니 표정을 최대한 밝게 하고 살짝 미소도 곁들이면서. 나에게 중요했던 건 ‘플로리스트’라는 직업이 아니라, 나에 대해 진지하게 들여다보고 깨닫고 새롭게 알게 되기까지의 시간이었다. 그 오랜 기다림을 이제 “어쩌다 보니”라는 단어로 퉁치게 된다.

돌아보면 ‘어쩌다 보니’라는 자세야말로 직업인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원대한 목표나 절대적 목적으로 우리 모두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엔 너무나 많은 제약이 뒤따른다. 꽃으로 아름다운 결과물을 만들기까지 때론 이해할 수 없는 일들과 불합리한 순간을 받아들ㅇ야 한다. 진지하고 단단한 다짐보다 어떤 상황에서든 유연하게 대처해 나갈 수 있는 태도가 직업인을 길러내는 것 같다. 사실 왜 그 선택을 했느냐가 아니라 선택한 이후 지금까지 어떤 마음과 생각으로 살아왔는지가 중요한 게 아닌가?

이 책 덕분에 플로리스트들이 꽃집을 운영하며 꽃다발을 만들어 파는 것뿐만 아니라 강의를 하거나 결혼식, 호텔, 백화점 등 공간을 꽃으로 꾸미는 일도 한다는 것이 이제서야 머릿속에 들어왔다. 그동안 여러 공간에 있는 꽃들을 보고 막연히 누가 하겠거니 했는데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하는 플로리스트들이 있었다니!! 당연한 건데 새롭게 느껴졌다.

플로리스트로 살면서 겪은 일들과 자영업자로서 느끼는 애환들을 공유할 수 있어서 좋았고, 꽃을 향한 그의 다정함에 위로받는 시간이었다. 우아할 것 같은 플로리스트라는 이름의 이면에 사다리를 타고 공구를 잔뜩 사용한다거나 의외로 꽃가루 알레르기도 있고, 테니스 엘보와 골프 엘보 등 질환을 달고 사는 것을 보고 어딜 가나 사람 사는 건 다 똑같은 것 같아 반가웠다.

마음의 상처를 입고 어떻게든 꽃과 떨어져 보려고 했지만 꽃 때문에 받은 상처를 치료하는 것도 결국 꽃이었다. 언젠가 플로리스트라는 직함도 내려놓고 몸을 움직일 수 있는 한 어딘가에서 흥얼거리며 꽃을 만질 그를 상상하며 책을 덮었다.

읽고나니 어디서 꽃향기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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