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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의 바보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선영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8월
평점 :
“나에바 군은 내일 죽는다고 하면 어쩔 겁니까?” 배우는 뜬금없이 그런 질문을 했다.
“똑같습니다.” 나에바 씨의 대답은 쌀쌀맞았다.
“똑같다니, 뭘 할 건데요?”
“제가 할 줄 아는 건 로킥과 레프트훅뿐이니까요.”
“그건 연습 얘기잖아요? 아니, 내일 죽는다는데 그런 짓을 하겠다고?” 재미있네, 하고 배우는 웃었다고 한다.
“내일 죽는다면 인생이 바뀝니까?” 글자라서 상상할 수 밖에 없지만, 나에바 씨의 말투는 분명 정중했을 것이다. “지금 당신의 인생은 몇 년짜리 인생입니까?“ - 강철의 울
7년 전에 집을 나간 딸과 재회하고 화해한 ‘시즈에’부부.
종말을 3년 앞두고 아기가 생겨 낳을까 말까 고민하는 ‘미사키와 후지오’부부.
소행성 발표 전 불의의 사건으로 가족을 잃고 멸망 전에 복수하려는 ‘다쓰지 형제’와 5년 내내 집에 처박혀서 돌아가신 아빠가 남긴 책을 읽다가 애인을 찾아 나선 ‘세이코’.
종말로 인해 생기를 잃은 가족에게서 벗어나고 싶은 고등학생과 멸망과 상관없이 연습을 이어나가는 격투기 선수 ‘나에바’.
아내를 잃고 자살을 하려던 ‘야베’와 갑작스러운 연락으로 그를 자살 직전에서 꺼낸 친구 ‘니노미야’
살아남은 사람들의 집을 돌아다니며 스스로 언니, 손녀, 엄마, 애인 연기를 하고 있는 ‘리리코’.
비디오가게를 운영하는 ‘와타베’가족의 이야기까지 총 여덟 개의 소설이 이어져있는 연작소설이다.
나는 주인공이 많아서, 앞에선 주인공이었던 사람이 뒤에선 자연스럽게 조연으로 등장하는 게 좋아서 연작소설을 좋아한다. 이 소설 역시 그랬다. 결국엔 모든 사람들이 이어져있는 이야기들. 종말을 앞두고 있지만 살벌함은 이미 지나가고 지쳐있는 사람들 속 일상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소중하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