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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트 베어스 - 곰, 신화 속 동물에서 멸종우려종이 되기까지
글로리아 디키 지음, 방수연 옮김 / 알레 / 2024년 8월
평점 :
현실 세계에 사는 곰은 내가 상상했던 모습과 사뭇 달랐다. 야생에서 처음 만난 회색곰은 우뚝 솟은 산과 연어가 뛰노는 세찬 개울에 둘러싸여 있지 않았다.
대신 캐나다 횡단 고속도로 옆 공사 현장 근처에서 나무뿌리를 파내고 있었다. 인도의 느림보곰도 카리스마 넘치는 호랑이에게만 보전 자금이 몰리는 땅이 희소한 나라에서 생명을 부지하느라 고전하고 있었다. 북극 근처 캐나다 매니토바주에 위치한 처칠이란 마을에 사는 북극곰들은 배에서 고드름처럼 내려온 흠뻑 젖은 상앗빛 털을 덜렁거리며 부빙 사이를 민첩하게 뛰어넘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북극곰이 영원히 사라지기 전에 실물을 보고 싶었을 관광객들로 가득 찬 흉물스러운 차량 십여 대에 에워싸여 있었다. 중국의 대왕판다는 비교적 쉽게 만날 수 있었다. 매년 수십마리의 곰이 사육 시설에서 태어나 복슬복슬한 외교적 뇌물로 세계 각지에 보내지기 때문이다. 베트남에서 만난 반달가슴곰과 태양곰은 우리에 갇혀 있었으며 털이 없는 피부는 주삿바늘 자국으로 망가져 있었다. 어디를 가나 한때 위용을 자랑했던 곰의 흔적은 사라지고 없는 듯했다.
작가는 곰의 생태와 역사, 신화 속 곰과 현재를 살아가는 곰들의 현실을 번갈아 보여주며 왜 이런 상황이 되었는지 알아보고 곰들을 지켜나가는 전문가들과 함께 논의하며 곰들을 구할 방법들을 논리적으로 풀어나간다.
이 책의 47쪽에서 미국의 작가이자 자연보호, 환경운동가 알도 레오폴드의 말을 인용한 부분이 있다. “무지함의 극치란 동물이나 식물을 향해 ’무슨 쓸모가 있는가?“ 하고 묻는 것이다.“ 모든 생태계는 연결이 되어있고 우리가 잘 모르는 식물종 하나가 멸종되고 그로 인해 다른 곤충들과 동물들이 영향을 받고 분명히 사람한테도 영향을 끼치게 되어있다.
물론 기후 위기를 당장 해결할 수 없고, 사람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곰에 대한 인식을 당장 바꿀 수는 없겠지만 수많은 사람이 매달려 노력하고 있는 만큼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곰들과 곰 외에 수많은 멸종 위기 동물들이 처한 상황들이 조금이나마 나아졌으면 좋겠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생을 걸고 이름도 모를 동물들의 멸종 위기를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너무 고맙다. 내가 지금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고민해 보게 되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