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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나를 찾아라 - 법정 스님 미공개 강연록
법정 지음 / 샘터사 / 2024년 4월
평점 :
절판
법정 스님께서 입적하셨을 때, <무소유>라는 책이 화재가 됐었다. 스님의 저서 중 왜 하필이면 이 책이 유독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었는지에 대한 시대상황은 기억나지 않지만 나도 <무소유> 책을 소장하고 싶어했던 기억이 난다. 스님의 가르침은 그게 아니었는데 나는 물성으로 된 책을 구입하지 못해 안달이 났었다. 무소유를 꿈꾸고 싶어 그렇게나 책을 사고 싶어하다니……. 지금 되돌아봐도 부끄럽다.
아마 희소성 때문이었던 것 같다. 더는 <무소유> 책을 구입할 수 없다고 했다. 절판이 된다고 했다. 책 속에 인쇄된 활자는 예나 그때나 똑같았을텐데 ‘더는 없다.’라는 말 한 마디가 나와 사람들을 움직이게 한 것 같다. 그 뒤로도 몇 해 동안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구입하고자 노력했으나 무늬만 <무소유>일 뿐 모두 다른 이의 글이었다. 아쉬웠지만 책 구입을 포기했다. 그 뒤로 잊고 있었다. 높은 인기로 도서관에서조차 만날 수 없었던 책이었다.
2024년 진짜 법정 스님의 말씀을 담은 책이 출간된다는 소식을 접했다. 법정 스님의 말씀을 모은 책이었다. 스님께서 전국을 돌며 전한 말씀들을 묶어냈다고 했다. 책의 출간 소식을 접하는 순간 법정 스님의 말씀에 목말랐던 나에게 단비가 내린 것만 같았다.
책을 손에 들고,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꼭 기억에 담아둬야지 하는 말씀에 밑줄을 그을 요량으로 연필을 준비했건만 한 줄도 치지 못했다. 책 안에 수놓아진 말씀 모두가 마음에 담아두고 싶었기 때문이다. 결국 연필은 쓸쓸하게 탁자 위를 뒹굴었고, 나는 법정 스님 곁에서 직접 강연을 듣는 듯한 마음으로 한 자, 한 자 읽어 내려갔다.
책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책 안에는 ‘나를 찾아가는 여정’과 관련된 강연 내용이 잘 정리되어 있다. 이상하게 나이가 들수록 ‘진짜 나를 찾아야겠다.’는 열망이 점차 강해진다. 내가 나를 모른다는 말이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많은 이들이 이같은 생각을 할거라고 본다. 그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인생인 것만 같다.
이왕이면 좀더 나은 내가 되고 싶고, 그런 나를 찾고 싶은 마음에 법정 스님의 말씀은 하나의 방향등이었다. 책을 읽는 동안 스님의 말씀을 되새기며 그 의미를 찾고, 이를 나 자신에게 적용해보면서 생각하는 독서를 하는 시간이었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라.
진정한 고독에 이르는 길
자신만의 얼굴을 만들어 가라.
부처님과 같은 공덕을 이루려면
없는 것을 어찌 찾으려 하는가.
인간을 벗어나 자연으로 살아가라.
수많은 생을 두고 쌓은 인연
내 가족이 내 이웃이 나의 선지식
지금 여기, 삶을 채우는 시간
텅 빈 공간에 홀로 앉아 있으라.
마음 밖에서 찾지 말라.
참다운 구도자가 되는 길
인간은 유한한 존재
눈을 들어 흐르는 강물을 보라.
눈이 내리고 꽃이 피는 이유
차를 마시면서
책의 첫 부분에 나오는 ‘자신의 일을 사랑하라.’라는 강연은 지금 여기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그 이상의 다른 것만을 꿈꾸고 있는 나에게 뜨끔한 가르침을 주었다. 말씀이 거친 것이 아니라 마치 내 마음 속을 훤히 들여다 보신 것처럼 말씀하셔서 혼자 마음이 뜨끔했다는 의미다. 강연 내용을 책으로 옮긴 것이기에 더 생동감있게 느껴지는 것 같다.
<진짜 나를 찾아라>를 읽으며 고독, 혼자만의 시간을 다르게 보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홀로 있는 시간을 외로운 시간이 아니라 자기 정화의 시간, 자기 응시의 시간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 시간을 통해서 생명의 빛깔을 찾을 수 있고, 진짜 나를 찾을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욕심이 아닌 이타심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그 안에 진심이 깃든 나 자신을 찾고 싶으신 분들께 법정 스님의 <진짜 나를 찾아라>를 추천하고 싶다. 진한 솔잎차처럼 콧가를 맴도는 깨달음의 향기를 맡을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진심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