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의 문장 - 작고 말캉한 손을 잡자 내 마음이 단단해졌다
정혜영 지음 / 흐름출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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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키운다는 것은 정답이 없고 그 과정이 호락호락하지 않은 것 같다. 그럴 때마다 찾게 되는 것이 책이다. 엄마로서 육아가 힘들 때는 육아서를 찾게 되고, 선생님으로서 학생지도가 어려울 때는 교육서를 찾고 있다.


선생님도 사람을 대하는 일이다 보니 다양한 일로 마음이 상처를 입을 때가 있다. 그럴 때는 교육서보다는 동료 선생님들의 글을 찾아 읽는다. 정혜영 선생님의 에세이도 그렇게 해서 읽게 된 책이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일들 중 어쩜 저렇게 보석같은 순간과 생각들을 주워담을 수 있는지 감탄이 절로 나온다. 같은 공간, 다른 시선, 다른 느낌이 존재하는 것 같아서 내심 부럽기도 하고, 대단하다고 느낀다.


나도 처음엔 그랬다. 수화기 너머로 그렇게 가고 싶어했던 교대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아빠는 다 큰 나를 번쩍 안아올리며 축하해 주었다. 얼마나 바라던 곳이었는지 아셨기에 부모님은 나와 함께 펄쩍펄쩍 뛰며 눈물까지 그렁그렁하셨었다. 꼭 좋은 선생님이 되겠다며 다짐하고 다짐했던 순간이었다.


가끔씩 '이게 아니었는데.'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때로는 선생님들을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선을 느낄 때면 나도 모르게 움츠러 들기도 했다. 어릴 적 꿈꾸었던 선생님의 모습은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그래도 아이들이 좋아서 '선생님'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과 함께하고 있다.


분명 정혜영 선생님이 찾았던 보석같은 순간들을 나도 아이들에게서 발견할 때가 종종 있다. 그럴때마다 '그래, 이 맛에 선생님을 하는거지. 아이들만 바라보자.'라며 스스로를 다독인다.


처음 교단에 섰던 20년 전과 지금은 아이들도 학교 문화도 많이 바뀌었다. 수업 기자재는 최첨단을 향해 가고, 자신의 생각을 당차게 이야기하는 아이들도 늘었건만 정감어리던 모습은 예전에 만났던 아이들에게서 더 진하게 느껴진다.


하루가 어떻게 지나간지도 모르게 시간이 흐른다. 분명 주워담고 싶은 아이들의 말과 순간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 기록해 놓지 않으니 하루 하루가 의미없는 시간들로 가득찬 것만 같아서 아쉬운 마음이 커졌다.


기록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창하고 특별하지 않아도 아이들과 함께 했던 순간들을 글로 남겨 놓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기록은 힘이 있을 것이다. 쌓이고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오히려 나에게 힘을 주는 글이 될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교직경력 10년 차 쯤 동학년 선생님을 통해 알게 된 시가 있었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라는 시였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너무나 유명해서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이 시를 나는 그때서야 알게 되었다. 그 뒤로 시인의 시선으로 아이들을 보고자 노력했다.


작고 여린 아이들의 마음을 믿고, 그들 안에서 반짝이는 보석을 찾기 위해 귀를 기울이고, 글을 쓰려고 한다. 정혜영 선생님의 <어린이의 문장>은 그런 나에게 더욱 확고한 신념을 심어 주었다.


책에는 더없이 맑고 따뜻한 마음을 지닌 아이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이것저것 따지지 않은 순수함으로 사물을 보고 생각을 말하는 아이들이 있다. 그리고 그것을 알아봐주는 선생님의 따스한 시선이 있어서 더욱 감동적이다.


<어린이의 문장>은 세상에 어린이가 아니었던 어른은 없다는 말처럼 어쩌면 나의 문장이기도 했을, 그렇지만 지금은 오로지 아이들에게서만 찾을 수 있는 문장으로 가득한 책이다.


바쁜 일상에 숨을 불어넣고, 쉼을 찾고자 하는 이 시대의 '어른'들에게 이 책을 권해드리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며 조금이나마 더 단순한 내일을 꿈꿀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진심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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