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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 비밀스러운 미술관, 2017 볼로냐 라가치상 Braw on Art 부문 멘션 수상작 ㅣ 우리학교 그림책 읽는 시간
페이지 추 지음, 이정주 옮김 / 우리학교 / 2021년 11월
평점 :
"자유롭고 독특하며 환상적인 그림책"
이 말 외에도 표지 가득 그림책 <선물>이 받은 수상 내역은 이 책을 읽고 싶게끔 만들어요.
궁금증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그림책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해 줍니다. 비밀스러운 미술관이라는 부제는 그림책이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갈지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수수께끼 가득한 그림책"
그림책을 읽기 전에도, 읽은 후에도 공통적인 생각이었어요. 책의 표지만으로는 그 안에 담긴 내용을 짐작할 수 없기에 궁금증이 가득했다면, <선물>을 다 읽은 후에는 책의 내용을 확인했음에도 머릿속에 온통 물음표가 떠다니는 기분이었어요. 말 그대로 수수께끼 가득한 그림책이었습니다.
<선물>은 매미를 왼쪽 어깨에 올려놓은 아이의 등장과 함께 시작해요. 붉은색 배경색이 주는 느낌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지닌 시무룩한 표정의 아이가 그림책이 어떤 내용으로 전개될지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각 장마다 날짜와 시간이 적혀있어요. 간단하게 상황을 설명하는 내용이 있는데 잘 살펴보면 날짜는 동일하고,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시간이 흐른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시무룩한 표정의 아이가 부모님과 함께 미술관 관람을 가는 과정이 이 그림책의 중심 이야기입니다. 미술관 관람은 아이가 받은 특별한 선물이예요. 좋아하지 않은 선물을 받아서 시무룩했던 걸까요? 물음표를 가지고 책을 읽어갔어요.
다음 페이지에는 차를 타고 미술관으로 향하는 아이의 가족이 보여요. 이 그림이 참 재미있었는데요. 왠지 뒷 이야기가 더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차를 따라오는 자전거 앞바퀴 때문이예요.
미술관에 도착한 아이는 입장하기 전에 기다립니다. 아이를 중심으로 아이만 보이도록 화면을 구성한 것이 돋보여요. 이때, 한가지 주목할 점은 출발하기 전 왼쪽 어깨에 있던 매미가 사라졌다는 건데요, 아이는 이 매미를 애타게 찾습니다. 그림책을 읽으며 어디에서 매미가 나타날까 찾는 재미도 있었고, 매미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지 추측해 보는 것도 흥미로웠어요.(다만, 책을 여러 번 읽은 지금도 매미가 의미하는 것을 알듯 말듯하다는 것이 아쉽지만요. 역시 그림책 곳곳에 쉽게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가득합니다.)
매표소에서 아이는 초록색 표를 내밀고, 붉은색 표를 돌려 받습니다. 이때 표 안에 적혀 있는 문구를 주의깊게 봤는데요, 초록색과 붉은색 표에 적혀 있는 문구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그래도 미술관 관람과 관련된 내용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었어요.
"초록색 표에는 Your eyes, 붉은색 표에는 "Your mind
주의깊게 보지 않으면 쉽게 지나칠 수 있는 부분인데요, 마치 수수께끼의 힌트를 얻은 것 같은 기분에 그림책 전체를 탐정이 된 것처럼 꼼꼼하게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었어요. <선물>이라는 그림책이 주는 진짜 이야기를 놓치고 싶지 않았거든요.
드디어 미술관에 입장하지만 물품 보관소를 한 번 지나게 돼요. 이곳에 가지고 온 물건을 보관하게 되는데요, 이 부분도 꽤 재미있었어요. 다른 손님들이 보관해 둔 소지품을 보면서 이 페이지가 <선물>이 전하고자 하는 핵심 주제를 잘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미술 작품을 제대로 관람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내가 가지고 있던 것들을 다 내려놓고 가야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 같았어요. 기존에 내가 가지고 있던 것이란 고정관념과 편견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미술관 관람이 시작되지만 관람객의 모습이 특이해요. 바로 옷을 입은 다양한 동물이 등장하는데요, 기린은 기린대로, 사슴은 사름대로, 판다는 판다대로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미술 작품을 보고 해석합니다. 왜 사람으로 표현하지 않았을까 궁금했지만 그림을 설명해 주는 글을 읽으며 조금은 작가의 의도를 알 것 같았어요.
이 그림에 이어서 이야기는 계속 진행됩니다. 그림책 초반에 나왔던 자전거 앞바퀴의 이야기와 아이와 함께 있었던 매미의 등장까지 모두 작가의 치밀하고 섬세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그림책이에요.
마법 같은 예술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안겨주는 그림책 <선물>을 읽으며, 그림책이란 간단하고 단순한 이야기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보면 볼수록, 의미를 되새기면 되새길수록,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지는 그림책의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