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쓸모 - 나를 사랑하게 하는 내 마음의 기술
원재훈 지음 / 사무사책방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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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기술 중에 최고의 기술은 마음의 기술이다.
모든 사랑 중에 최고의 사랑은 나를 사랑하는 것이다.
모든 사실 중에 가장 아픈 사실은 자신을 미워하면서도 자신을 사랑한다고 믿는 것이다.(시의 쓸모 중에서)

강렬했다. 책의 첫 장을 펼치자마자 나온 위의 문장에 나도 모르게 몸이 움츠러들었다. 거짓말을 들킨 아이처럼 숨고 싶었다. 나는 그동안 진심으로 나를 사랑하고 있었노라고 대답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마치 작가에게 마음을 들킨마냥 숙연하게 책의 첫 장을 넘겼다.

<시의 쓸모>는 5개의 챕터로 구성된다.
Chap.1 물방울과 어머니
Chap.2 언덕과 잠자리의 눈
Chap.3 사막과 푸른 지팡이
Chap.4 백조와 나비
Chap.5 용서와 사랑

처음 책을 받았을 때, 시집과 시의 창작법 소개 그 중간쯤의 어디라고 생각했었다. 원재훈 작가가 쓴 시들이 소개되거나, 시를 쓰는 방법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는 책이라고 생각했었다. 책을 펼친 순간, 나의 기대는 완전히 빗나갔다.

작가 소개에서 알려주었듯이 이 책은 '창작 활동의 경험을 바탕으로 써 내려간 작은 결과물'의 모음이다. 작가가 일상에서 길어올린 평범한 소재가 시가 되어 빛날 수 있기까지의 과정과 작가의 생각을 들여다 볼 수 있다. 독자는 작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시가 쓰여지는 과정을 엿볼 수 있으며, 'Point' 부분에서 좀더 구체적인 창작 법을 배울 수 있다. <시의 쓸모>는 시를 위한 해설집과 같다.

시는 여백이 많을수록 독자의 상상력이 증폭된다고 생각한다. 무수한 말로 상황을 표현하기 보다는 절제된 몇 마디의 말로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여 10명이면 10개의 다른 시가 완성된다. <시의 쓸모>에서는 작가가 낱말 선택에 얼마나 신중해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부단히 노력할 것을 당부한다. 책의 중간에 첨부된 그림은 책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쉬어갈 수 있도록 돕는다.

시는 짧지만 단단한 시작법에 근거해서 구성해야 합니다. 시적 기법으로 문장을 만드는 겁니다. 초고를 쓰고 나서 쓰고 싶은 것을 제대로 썼는지 잘 짚어내야 합니다.
글쓰기는 의심하는 행위이기도 합니다. 완성된 원고가 나오기까지 작가는 끊임없이 의심의 눈동자로 원고 보기를 반복합니다. 이것이 작품을 완성하는 단계인 퇴고 과정입니다. 이 과정이 잘되면 작가의 의도는 더욱 도드라지게 되고, 그 마음이 독자에게 전달되면 성공입니다. 이 과정이 정말 어렵습니다. - 141쪽

책에 소개된 시 쓰기에 대한 수많은 방법 중 가장 핵심이 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시를 어떤 마음으로 쓰고, 퇴고해야 하는지 잘 설명된 부분이다. 짧은 시도 퇴고라는 과정을 무시하지 못한다는 것과 잘 다듬어진 시가 독자의 마음에 전달되기까지의 과정이 소개되었다.

처음부터 단순히 시를 쓰는 방법을 알고 싶어서 읽은 책이 아니었다. 책의 소제목인 '나를 사랑하게 하는 내 마음의 기술'이라는 문장이 내 마음을 살랑이게 했기 때문에 선택한 책이었다.

자존감을 지킨다는 것, 나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배우고 싶었다. 도대체 '시와 사랑, 내 마음'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궁금했다. 책의 제목인 시의 쓸모를 책을 읽으며 찾을 수 있기를 바랐다.

TV 속 배우가 문장 몇 개로 자신을 표현했듯이 나의 마음도 시라는 형태를 빌려서 자라날 수 있었으면 한다. 그런 면에서 <시의 쓸모>는 내게 도움이 되었다. 일방적으로 원재훈 작가의 작품만 늘어놓은 것이 아니었기에 책장을 넘길 때마다 시와 삶에 대한 쉼을 배우듯이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시의 쓸모란 바쁘게 진행되는 인생에 잠시 숨을 고르고 쉴 수 있는 쉼을 준다는 것을 배웠다. 짧은 시어 안에 내 생각과 마음을 담기 위해서는 낱말 하나, 문장 하나에도 정성을 들여 골라야 한다. 그 과정에서 사물과 일어난 일을 천천히 들여다 볼 수 있게 해준다. 진정한 시의 쓸모는 내 마음을 깊숙이 바라볼 수 있도록 해줌으로써 나를 더욱 살뜰히 챙기고 사랑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에 있다. 작가의 말대로 '나를 사랑하게 하는 내 마음의 기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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