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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다 엄마가 내 엄마라서
이보라 지음 / 다연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이모! 조카 녀석이 울면서 내게 안긴다.
또 혼났나 보다.
이런 모습을 바라보는 내 마음도 짠한데
제 자식을 혼낸 여동생의 마음은 어땠으랴.
어릴적 그때의 엄마가 이해되면서 그 마음 또한 얼마나 아팠을까 짚어본다. 자꾸만 엄마 말이 머릿속에 맴돈다.
“좋아서 때렸겠냐?”
23쪽
아이를 키우며 엄마가 되어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새삼 느끼고 있다. 내 맘같지 않은 일들에 때로는 칭찬과 격려로 때로는 훈계로 아이들을 키우고 있지만 세상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만큼 힘든 일은 없을 거라는 확신이 든다. 아이를 낳으면 그대로 엄마가 되는 것인 줄 알았는데 엄마는 되는 것이 아니라 되어 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하나씩 배워가고 있다. 금쪽같은 내 아이라고 하더라도 잘못했을 때는 따끔히 훈계해야 하기에 언성을 높이지만 그런 날은 잠든 아이 곁에서 잠못 이루는 내가 있다. 우리 엄마도 그랬었겠지?
40쪽
난 막냇동생을 보면 귀엽게 느껴지기만 했다. 둘째를 처음 만났을 때와는 다른 감정이었다. 나와 아홉살 터울이 나는 동생을 보고 샘이 나진 않았고 그냥 ‘이 어린 동생과 잘 지내고 싶다’, ‘엄마가 더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동생들을 내가 더 잘 봐줘야겠구나’하는 꽤 어른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이때부터 나는 철이 들기 시작했던 것 같다.
[다행이다 엄마가 내 엄마라서]에서는 엄마와 아이가 함께 자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아이는 엄마를 통해서 엄마는 아이를 통해서 이전의 나보다 더 나은 나로 성장해 간다. 어릴 적 엄마는 이미 어른이라서 엄마도 자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 말도 안된다고 손사래를 쳤을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는 아이 곁에서 엄마는 엄마로서의 마음이 자란다는 것은 내가 엄마가 된 후에야 알게 있었다. 철이 든다는 것은... 어쩌면 이런 과정들 속에서 알아가는 깨달음일 것이다.